“강남 노포의 농염한 수사” #수사 “수사”는 스시의 한자어 壽司를 한국어로 읽은 것이다. 이름에서도 연륜이 느껴지듯이, 수사를 붙이고 영업 중인 식당들은 업력이 상당한 곳들이 많다. 강남에서 가장 오래된 곳은 ‘김수사’로 1986년에 개업했고, ‘최수사’, ‘진수사’ 등도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회는 고려시대에도 기록이 남아있을만큼 한국의 오랜 식문화지만 서민들이 쉽게 접하기는 어려운 음식이었다. 1980년대 우럭과 광어의 대량 양식으로 회 문화가 국내에서 빠르게 대중화되는데, 이 때도 강남의 수사들은 중요한 가족 모임이나 비지니스의 장소로 활용되는 고급식당의 포지션을 유지했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고급 호텔 중심으로 스시 문화가 국내에 태동하고 2010년대 스시야의 폭발적인 증가와 함께 스시 문화가 대중화되면서 수사는 걸출한 스시야 사이에서 존재의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된다. #진수사 역삼동에 위치한 진수사는 1991년 개업해서 이제 30년이 된, 강남에서는 나름 노포 축에 속하는 식당이다. 김수사와 마찬가지로 2대 사장님이 가게를 이어받아 운영 중인데, 두 곳의 방향성은 많이 달라 보인다. 김수사가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는 친근한 곳을 지향하며 가성비 좋은 오마카세와 콜키지 프리를 앞세운다면, 진수사는 기존 수사의 포지션을 유지하며 프라이빗한 공간과 고급 사시미 코스를 내세운다. 그래서인지 젊은 식객들을 포함하여 인지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김수사에 비해 진수사는 아는 사람만 가는 느낌이 강하다. 이렇게만 얘기하면 진수사는 굉장히 딱딱하고 고지식한 느낌이 들 수 있을텐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현재 식당을 운영하는 2대 사장님은 유쾌함으로 무장하고 능글맞은 접객을 통해 식당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인맥도 상당히 좋으셔서 젊은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 단골도 많이 보유하고 계신듯 하다. #농염한 회 사장님은 사시미를 내주며, 어종과 함께 몇 kg 짜리인지 자부심 넘치는 목소리로 설명한다. 육고기나 물고기나 어린 것은 부드러운 식감으로 먹고, 성장한 것은 짙은 풍미로 먹는다. 이 곳의 사시미는 육향이 충분히 배일정도로 큰 생선을 호쾌하게 썰어내어 씹는 맛이 살아있고 그 맛은 농밀하고 농염하다. 특히 부드럽게 녹다가 끝에 오독오독 씹히며 강렬한 풍미를 남긴 가마도로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입에 침이 고이게 한다. 트렌드를 어설프게 좇기 보다는, 식당이 보낸 세월에 어울리는 농익은 음식을 내어서 더 좋았던 곳. instagram: colin_beak
진수사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37길 13-7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