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발 헤이터들을 위한 담백, 아삭 족발” #족발 헤이터 주위에 못 먹는 음식으로 족발을 꼽는 사람들이 꽤 많다. 발 부위를 먹는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있고 - 내장과 머릿고기로 만드는 순대는 먹으면서! - 젤라틴으로 분해된 콜라겐의 흐물거리는 식감에 대한 거부감도 있다. 우리나라 족발의 시초로 알려진 장충동의 족발집들을 보면 이런 식재료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삶은 족발을 한 숨 식혀서 나온다. 흔히 얘기하는 차족이다. 하지만 고기를 차게 먹는 데 익숙하지 않은 젊은 층은 달달하거나 매콤한 양념을 더해 따끈한 상태로 내는 따족에 반응했고, 이제 서울엔 차족보다 따족이 더 보편적인 형태로 자리잡은 듯 하다. 차족파인 내게는 안타까운 흐름인데, 그래도 희망을 보는 건 여전히 건재한 노포들의 존재다. 우리나라 족발의 원조격인 장충동의 ‘평안도족발집’이나 강남구청역에 있는 ‘그때그집’ 같은. 그리고 이들보다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천호동에도 귀한 노포가 하나 있는데 바로 ‘철원족발’이다. #노포의 품격 겉모습을 보면 노포 같은 느낌이 전혀 안 드는데, 이유는 천호동에 있던 족발골목이 사라지면서 매장을 확장 이전했기 때문이다. 알고보면 40년 넘은 강동에서 보기 드문 노포다. 족발 小자가 3만원 (포장 시 할인)으로 가격이 상당히 있어 보이는데, 음식을 받아보면 양이 그만큼 많아 가성비가 나쁘다는 생각은 안든다. 이 곳 족발에서는 노포의 묵은 내공이 느껴진다. 거부감이 들지 않을 정도로만 식혀 나온 족발의 온도감, 껍질과 살코기의 담백한 비율, 그리고 무엇보다 적당히 삶고 두툼하게 썰어 아삭거리는 식감이 끝내준다. 보쌈김치 같이 달달한 김치도 어색한듯 잘 어울린다. #처남의 카톡 족발을 기피하는 아내를 피해 족발과 소주 한 병 들고 처가에 쳐들어갔는데, 식사를 막 마치신 장인어른과 평소 족발을 즐기시지 않는 장모님 모두 맛있게 드셨다. 그리고 다음날 처남으로부터 카톡을 받았다. “와 매형... 매형이 가져다주신 족발 진짜 예술이네요. 저 족발 별로 안 좋아했는데 이건 진짜 와우”. - 맛팁: 물리면 남기고, 다음날 먹어도 맛있답니다. instagram: colin_beak
철원족발
서울 강동구 올림픽로 697 호진빌딩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