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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in B
추천해요
5년

“진짜 레트로 로스구이” #로스구이 일본어 로스(ロース)는 roast에서 유래한 단어로 등심 부위를 뜻한다. 국내에서 로스구이는 양념하지 않고 직접 구워먹는 고기를 통칭하나, 대개는 소고기 등심 구이를 뜻한다. 1970년대 강북 도심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기시작한 로스구이는 1980-90년대 냉장육을 사용한 생등심구이 개념이 생기며 전성기를 보낸다. 1992년 소고기 등급제가 도입되고 마블링이 좋은 소고기의 기준이 되면서, 등심구이는 투뿔 등급의 등심을 스테이크처럼 두툼하게 썰어 풍부한 육즙과 기름맛을 즐기는 방식으로 변화해 간다. 이 과정에서 로스구이라는 개념은 점점 희미해졌다. #신흥식당 ‘대도식당’은 국내 로스구이의 살아있는 역사다. 왕십리 본점이 1964년 개업했으니, 벌써 50년 넘게 영업을 했다. 무쇠판에 콩팥에 붙은 기름인 두태기름을 바르는 것이나, 새콤한 깍두기 볶음밥으로 마무리하는 것 등은 로스구이의 클리셰가 됐다. 2010년대 후반부터 분 뉴트로 열풍으로 옛날 풍의 고깃집들이 새로 생겨났는데, 한남동에 있는 ‘유엔가든’은 추억의 로스구이로 신선한 자극을 줬다. (부첼리하우스 사단의 작품인 이 식당은 이후 노란상소갈비의 성공으로 이어진다.) 강남에는 뉴트로가 아닌 찐 레트로 로스구이집이 하나 있다. 선릉역 인근에 있는 조그만 식당 ‘신흥식당’이다. 강남에서 보기 드문 40년 가까이 영업한 노포로 언뜻 보기엔 흔한 정육식당인데 어마어마한 매력이 있는 곳이다. #등심과 차돌박이 주력 메뉴는 한우 등심과 차돌박이로 각각 3만원대 초반과 2만원대다. 강남인 걸 감안하면 합리적인 가격이다. 돌판에 두태기름을 바르고 마늘을 구우며 예열한다. 등심은 얇게 저며 달궈진 불판에서 순식간에 익는다. 굵은 소금에 톡톡 찍어 입에 넣으면 사르르 퍼지는 육향과 기름향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차돌박이는 살코기와 지방이 평등하게 나눠져있어 특유의 느끼함이 덜하고, 쫄깃쫄깃한 치감이 끝내준다. 함께 굽는 양파와 마늘 그리고 청량한 맛의 파절이가 입맛을 계속 돋운다. 소주와는 말할 것도 없고, 와인과도 찰떡이다. (콜키지 프리이지만 일회용 잔을 준비해야 한다.) 마무리 볶음밥도 완벽. 일인분에 삼천원인데 갈은 소고기가 들어간다. 밥, 김가루, 무채와 함께 구운 양파, 마늘, 파절이를 때려넣고 현란한 이모님의 손목 스냅으로 순식간에 볶아낸다. 맵지도, 짜지도, 달지도, 시지도 않지만 균형있게 맛있고 깔끔하다. 뉴트로는 레트로를 이길 수 없다는 건 이런 집을 보고 하는 말일 거다. instagram: colin_beak

신흥 정육점식당

서울 강남구 역삼로 406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