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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in B

추천해요

2년

“없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지금은 성공한 기업인이 된 한 친구는 세상 번뇌를 잊기 위해 주기적으로 인도로 여행을 떠난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삶을 그저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간 자신이 그토록 욕망했던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이었는지 스스로 깨닫는다는 것이다. 비움으로써 채워지는 것. 고작 냉면 한 그릇에 어디까지 생각이 뻗어나가는 건지. 무삼면옥. MSG, 설탕, 색소 세 가지가 없다고 해서 無三이다. 혹자는 여기에 맛도 없다고 하여 무사면옥이라 농을 한다. 평양냉면집 중에서도 슴슴한 편이라 하는 장충동 평양면옥의 국물을 두고 ‘소가 발을 잠깐 담궜다 뺀 맛’이라고들 하는데 이곳에 비하면 평양면옥은 양반이다. 알아주는 평양냉면 매니아인 한 지인은 무삼면옥의 물냉면을 먹고 ‘저 멀리 소가 서있는데 바람이 불어 소의 냄새가 잠시 스쳐가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는데, 한 수 아래의 내게는 그마저도 잘 느껴지지 않았다. 이곳의 메밀면은 100% 메밀만 사용해 찬물로 반죽한 뒤 2시간 이내 면으로 뽑기 때문에 메밀의 향이 그대로 살아있다. 하얀 도화지 같은 국물 위에 향 짙은 메밀면을 풀어헤치면 그나마 남아있던 육향마저 자취를 감추고 국물은 메밀 그 자체가 된다. “맛있다는 건 뭘까?”에 대해 화두를 던지는 음식이다. 수요미식회에 출연하여 한창 유명세를 탈 무렵에는 식객들 사이에서 맛이 있다, 없다로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내게 묻는다면, 맛이 없다(無味)는 쪽에 가깝다. 지방 부위를 배제하고 살코기 중심으로 낸 육수를 차갑게 식혀내는 냉면 국물의 특성 상 일정 수준의 조미료 사용은 재료 본연의 맛을 끌어내기 위해서라도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냉면으로 입맛을 비워내고 나면 그 뒤의 모든 맛들이 그렇게 또렷하게 느껴질 수가 없다. 평소라면 꽤 슴슴하다고 생각했을 이 곳의 간장비빔냉면이 짜게 느껴지고 심지어 면수에서도 깊은 단맛이 느껴질만큼 미각이 예민해진다. 흥미로운 경험이다. 남들이 뭐라고 얘기하든지 두 노년의 사장님들은 그저 My way다. TV 출연 후 한참 논쟁의 대상이 되었을 때나, 한참의 시간이 흘러 한산해진 지금이나 한결 같이 “없음의 미학”을 고집한다. 담백한 음식과 동떨어진 끈적한 올드 팝송이 가게에 줄곧 흘러나오는 것도 참 My way다. 일관성 있는 고집은 식당의 정체성을 더욱 또렷하게 하고 매니아층을 형성한다. 비록 확장성은 떨어질 지라도... 평양냉면을 어느정도 이해하고, 극도의 슴슴함과 맛의 기저효과를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추천. 그게 아니더라도 이 곳의 간장비빔냉면은 이 집만의 개성과 맛이 있으니 한번 쯤은 방문해서 경험해보길 추천하고 싶다. instagram: colin_beak

무삼면옥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12길 50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