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의 소울푸드 레스토랑” 현재의 강남 지역은 1960년대 서울특별시에 편입되었는데, 당시만해도 시골이었던 이들 지역을 통칭할 지명이 마땅히 없다보니 사람들은 “영등포의 동쪽” 이라는 뜻으로 영동이라 불렀다. 강남이란 이름이 자리잡아가면서 영동이란 단어는 차츰 사어가 되어갔지만, 강남구와 서초구 곳곳에는 아직 그 때의 흔적이 남아있다. 그 중 하나가 영동시장이다. 강남구 유일의 전통시장이자 40여년의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진 시장이다. 백종원거리를 비롯한 논현 먹자골목이 발달하면서 근방 지역은 젊은이들에 의해 완전히 점령당했지만, 뒷 켠 영동시장의 골목골목은 시장 상인들과 영동의 아재들이 굳건히 지켜나가고 있다. 영동시장 A-30호 예삐네집은 이 시장의 소울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눈이 펑펑 내리던 지난 겨울의 어느 날, 옴짝달싹 못하는 차를 세워두고 예정 없이 이 곳으로 흘러들어오게 됐는데, 문틈 사이로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맛있는 안주에 소주 거하게 걸친 그날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있다.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은 편육, 소머리수육, 소머리국. 편육. 상가에서나 먹는 음식이라는 편견은 잠시 내려놓자. 큼지막한 누름고기를 덩어리째 내놓는 와일드한 비주얼에 순간 말문이 턱 막힌다. 두툼하게 썰어낸 편육에서 누름고기 특유의 응축된 식감과 진한 육향을 느낄 수 있다. 절인 고추, 매콤한 새우젓, 매콤한 생김치. 뭘 붙여놔도 합이 잘 맞는다. 소머리수육. 흐물거리고 느끼한 소머리수육은 잊어버리자. 살코기와 콜라겐의 적절한 배합,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온도감으로 탱탱하고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다. 고추가루 섞은 굵은 소금에 한 점, 고추 간장에 한 점. 그 새 소주는 두 잔. 소머리국. 꼬릿한 잡내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자. 소머리 특유의 잡내는 잡고, 구수함은 살린 웰메이드 국물이다. 서울에서 먹어본 소머리국 중 최상위급. 첫 술에 입술이 코팅될만큼 베지근한 국물에 몸이 녹아 내린다. 멋진 영동의 밤이다. instagram: colin_beak
예삐네집
서울 강남구 학동로4길 31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