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동네함박” 함박스테이크. 햄버그스테이크의 비표준어인 걸 알지만, 이 말이 입에 착 달라붙는 걸 어떡해. 어렸을 적 부모님과 경양식집에 가면 늘 시키고 싶었던 메뉴. 하지만 비후까스와 더불어 가장 비싼 가격 때문에 늘 시키진 못했던 메뉴. 이 때문인지 지금도 메뉴판에 함박이 보이면 일단 주문하고 보는 나다. 서울에서 함박을 주력으로 하는 식당은 찾기가 쉽지않다. 생각나는 건 송리단의 ‘그리지하우스’와 최근 핫한 신사역의 ‘탄광’ 정도..? 한 덩이 함박을 먹으러 미아동까지 가게 된 이유다. 동네 식당이라고 스스로를 낮추는 ‘동네함박’이지만, 음식은 탈동네 수준이다. 동그란 접시 위에 놓인 동글동글한 함박, 그 옆에 동그란 쌀밥 한 덩이와 모닝빵. 어..? 예쁘다. 이 집 함박의 특징은 처음부터 끝까지 부드러움이다. 칼을 대자 스르륵 잘리는 함박. 겉을 그을리게 굽고 안쪽은 설익게 내는 집들이 많은데, 이 집 함박의 단면을 보면 설익은 곳 없이 고른 갈색빛을 띄고 있다. 소스를 담뿍 찍어 한 입 먹어본다. 촉촉하고 부드럽다. 담백한 고기맛, 양파의 단맛, 후추의 칼칼함이 입안에 은은하게 퍼진다. 바삭한 식감이나 불향 같은 터프함이 없는 참 얌전한 함박이다. 자칫 심심해질 수 있었던 이 함박을 재미있게 하는 건 데미그라스 소스다. A.1. 바베큐 소스가 떠오르는 새콤달콤한 소스인데, 조금 강하다 싶은 간이 오히려 이 집의 담백한 함박에는 착 들어맞는다. * 맛팁: 써니사이드업 계란후라이를 주문한 뒤 함박을 세 조각으로 나눠, 한 조각은 경양식 스타일로, 한 조각은 모닝빵 햄버거로, 나머지 한 조각은 로코모코 스타일로 즐기자! instagram: colin_beak
동네함박
서울 강북구 도봉로15길 11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