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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in B
추천해요
3년

“내 동네의 레스토랑” (대망의 천 리뷰) “동네”라는 말은 참 묘하다. 그 안에는 아늑함, 정겨움과 같은 긍정적인 뉘앙스와 외딸음, 촌스러움과 같은 부정적인 뉘앙스가 섞여있다. “동네식당”이라는 말도 그렇다. 왠지 정이 넘치는 식당일 듯 하면서도, 한편으론 번화가에 내놓기엔 뭔가 모자람이 있을 듯한 느낌을 준다. 여러 타지인들의 공유재 같은 도시에 비해 커뮤니티 느낌이 강한 “동네”라는 말 앞에는 유독 소유격이 많이 붙는다. 우리 동네, 남의 동네, 니네 동네, 내 동네. 단지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동네는 “내 동네”가 되었을 때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된다. 그리고 그 안의 가게들은 내 동네의 가게가 되고 타지의 그것에 없는 묘한 애착을 가지게 된다. 내 동네에는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식당이 하나있다. 굽은다리역 근처에 자리 잡은 이탈리안 ‘캄포’다. 강동구 주민이 된지 어언 4년. 열심히 발품을 팔아 맛집 불모지에서 살아남아 왔지만, 맛있는 이탈리안은 눈 씻고 봐도 없었다. 그러던 중 강동구에서도 외진 편인 내 동네에 갑자기 수준급 이탈리안 식당이 등장하니 반가운 마음을 금할 수가. 아시안과 이탈리안이 섞인 파인다이닝 ‘알라프리마’ 출신의 젊은 셰프님이 운영하는 1인 업장이다. 주력 메뉴는 파스타이고 가짓수는 적지만 스타터, 메인, 디저트도 갖췄다. 동네를 감안하면 제법 가격이 있는 편이지만, 음식 퀄리티를 생각하면 매우 합리적인 가격이다. 특히 와규 스테이크 3만원은 “개이득”. 알라프리마 출신에 일본에도 계셨던 셰프님이라 음식에 일본식 터치가 많이 보인다. 얇게 포를 뜬 갑오징어와 유자, 적시소를 곁들인 파스타도 그렇고, 와사비크림에 우니와 김을 더한 파스타도 형식은 이탈리안이지만 맛은 재패니즈의 지배력이 강하게 느껴진다. “우마미”가 순식간에 접시를 비운다. 스테이크는 호주산 와규의 보섭살을 미디엄레어 정도로 익혀서 나온다. 보섭살은 소의 엉덩이 윗부분을 이루는 부위로 진한 붉은색의 육색 만큼이나 진한 육향이 매력적인 부위다. 칼질을 할 때마다 실룩거리는 스테이크, 씹는 맛이 있지만 질기지는 않다. 담백한 육향에 곁들이는 아르굴라, 치즈와 레몬. 화려하진 않지만 무던하니 참 괜찮다. 마무리는 티라미수. 맛있는 이탈리안의 끝에 완벽한 티라미수를 만났을 때, 이 희열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한 판 통째로 업어가고 싶었다. 셰프님 혼자서 운영하다 보니 음식이 나오는 리드타임이 꽤 길다. 하지만 초조하진 않다. 이 곳은 “내 동네”니까. — <천 리뷰에 대한 소회> 무언가를 기념하고, 축하받는 것에 알러지가 있는 나는 리뷰수에 큰 의미를 부여하진 않았다. 그런 나에게도 천 리뷰는 꽤 큰 의미로 다가온다. 2017년 3월 ‘산수갑산’에서 첫 리뷰를 남기고 벌써 4년이 지났다. 당시만해도 식도락에 막 취미를 붙이고 있었던 나는 천 번이 넘는 경험을 거치며 주위에서 알아주는 지독한 탐식가가 되었다. 단순한 기록용으로 시작했던 리뷰는 경험과 지식을 쌓는 것으로, 좋은 경험을 주위에 나누는 것으로, 알려지지 않은 좋은 식당을 널리 알리는 것으로 목적이 바뀌어갔다. 사람도 얻었다. 30대 초반까지 사람이라면 이골이 나게 많이 만나본터라 새로운 사람에 대한 욕심은 정말 1도 없었는데, 이 곳에서 새로 만난 사람들은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친구”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었다. 생면부지들과 홍대 인근 식당에서 삭힌 홍어를 먹은 기억, 온라인으로만 소통하던 아재 유저들과 인현시장의 허름한 가게에서 반갑게 악수하던 기억 등은 내게 잊지못할 추억으로 남았다. 일에 치이다 보면 이름 옆에 붙어있는 홀릭 딱지가 참 부담스럽고, 때론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나 싶은 망태기가 오기도 한다. 그 때마다 포기하지 않게 붙잡아준 망고플레이트에도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Thank you! instagram: colin_beak

캄포

서울 용산구 대사관로 46-1 1층 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