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게트를 닮은 식빵” <‘로이베이커리카페’의 통식빵> #식빵 전 국민의 이목이 식빵언니에 집중된 가운데, 나는 홀로 식빵에 주목했다. 밥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에서 식빵은 “주식용 빵”의 이미지를 가진 거의 유일한 존재이다. 우리에게 빵은 간식, 혹은 디저트의 개념이 강하고, 우리가 말하는 빵집은 서양의 관점에서는 제과점에 더 가깝다. 한국에서 식빵은 주식은 되었을 지언정 주연은 되지 못했다. 이런 식빵을 무대의 중앙에 놓고 브라질 16번 같은 강려크한 존재감을 뽐내게 하는 빵집들이 있다. 20년 넘게 식빵 외길을 걸은 ‘김진환제과점’을 비롯하여, 식빵을 주류로 끌어올린 일등 공신 ‘밀도’, 식빵계의 에르메스 ‘식부관’, 탕종법으로 쫄깃한 식빵의 세계를 소개한 ‘모찌모찌’, 홍대 1세대 라멘 셰프의 식빵집 ‘타쿠미야’, 패스트리 같이 결결이 살아있는 식빵 ‘교토마블’, 맛으로 속을 꽉차운 ‘브레드 숨’. 빵지순례를 어느정도 마친 당신이라면, 이젠 식빵지순례를 떠날 차례다! #로이베이커리카페 앞서 언급한 빵집들에 비하면 유명세는 약하지만, 식빵지순례에 꼭 포함시키고 싶은 곳이다. 원래는 스콘을 맛보려 찾았던 곳인데, 통식빵의 비주얼에 홀려 충동적으로 구매하게 됐고, 이 선택은 나를 새로운 식빵의 세계로 인도했다. 이 곳 식빵은 거뭇한 크러스트, 소위 말하는 “식빵껍질”이 없다. 겉은 바게트 정도는 아니지만 제법 단단하고, 속은 쫀쫀한 밀도감이 느껴진다. ‘밀도’의 부드럽고 촉촉한 느낌과는 거리가 멀고, ‘모찌모찌’의 쫄깃함과는 또 다른 투박한 질깃함이 느껴진다. 그냥 먹는 것 보다는, 일반적인 식빵 슬라이스의 두 배 정도 되는 두께로 썰어 팬에 살짝 구웠을 때 이 식빵의 진가가 드러난다. 바삭바삭한 식감과 고소한 곡향. 설탕이나 유지류의 사용을 줄이고 기본 재료의 배율을 높인 듯한데, 그래서 달달함이나 버터리한 느낌은 적지만 담백하게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백지 같은 식빵 위에는 가염버터든, 잼이든 어떤 맛도 잘 그려진다. instagram: colin_beak
로이
서울 광진구 능동로 36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