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터지게 넣어주세요, 갈치말이” <‘제주성산포바당’의 제주음식들> 꿈의 섬 제주. 막상 가면 그렇게까지 격한 감정이 드는 건 아닌데, 평소 떨어져있을 땐 그렇게 애틋한 마음이 든다. 몇 번 가보지도 않은 주제에. 없이는 꼭 못살 것처럼. 음식은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기제이자 묶인 몸 대신 마음이라도 원하는 장소로 보내주는 운반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에서 내 맘을 온전히 제주도로 보내주는 곳은 거의 없었다. 신사동의 ‘돈불리제담’ 정도? 요즘 들어 깨닫는 것 중 하나. 약은 약사에게, 식당은 해당 음식 전문가에게. 내가 아는 사람들 중 가장 폭넓은 미식 경험을 가진 분이 제주도 출신이란 걸 왜 나는 간과하고 있었나. 그 분이 ‘서울에서 제주도 음식을 가장 맛있게 만드는 곳’이라니, 실패의 가능성 따위 생각치도 않았다. 서울에서 고등어회 먹기 쉽지 않다는 것도 이젠 옛말이지만, 생 고등어가 들어간 조림은 여전히 귀하게 다가온다. 반짝거리는 고등어의 등짝을 화려한 김치가 감싼다. 식감보다는 촉감이라고 하고 싶은 고등어의 부들부들함. 생선 비린내도 막상 너무 없으니 서운하다. 오겹살과 함께 나온 젓갈이 멜젓이냐 물으니 사장님은 자부심 그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다. 이 날 이후 나는 오겹살엔 자리젓이다. 하이라이트는 갈치말이. 철기시대 유물 같은 자태의 포 뜬 갈치를 돌돌 말아 한 입에 쑤셔 넣는다. 입 안 가득 퍼지는 갈치의 담백한 살 맛. 젓가락으로 하나하나 살을 발라서 딸의 밥 숟갈 위에 올려주던 나의 지난 노고를 치하하는 한 입이다. instagram: colin_beak
제주 성산포 바당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26길 70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