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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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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예전에 입맛 까다롭다는 친구가 맛집이라고 추천해줬던 곳이라 기대를 많이 하고 갔다. 총평을 미리 말하자면, 만두는 맛있고 김치는 정말 맛있는데 만둣국은 별로였다. 나는 엄마가 고기 육수를 내서 만드시는 진하고 고소한 만둣국에 익숙해서 그런지 이곳 만둣국 국물이 맛있다고 느끼지 못했다. 이북식 만둣국이라고 해서 슴슴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예전에 레트로트 떡국의 스프로 만든 국물 맛과 거의 흡사해서 놀랐다. 사실 밖에서 만둣국을 많이 사먹어 본 적이 별로 없어서 원래 만둣국의 맛이 이런 건지 갸우뚱했다. 만약 그렇다면 그 레트로트 떡국은 원래의 맛을 아주 잘 재연한 거였나보다. 나에겐 김 맛 (+ MSG 맛?)이 너무 지배적이라 조금 인위적으로 느껴졌다. 떡만둣국으로 시켰더니 떡이 정말 무자비하게 많이 나왔다. 떡이 많아 너무 헤비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떡국 떡이 쫄깃하기보다는 좀 흐물거려서 식감이 썩 좋지 못했다. 일반 만둣국과 가격이 똑같던데, 만약 일반 만둣국에는 떡이 없는 대신 만두가 몇 개 더 나오는 거였다면 그걸로 시킬 걸 그랬다. 만두는 꽤 맛있었거든! 전통 만두는 김치 만두고, 부추 만두는 고기소가 들어간 만두인데 두 명 다 전통 만두가 더 맛있다고 평가했다. 전통 만두가 크기도 훨씬 크다. 깍두기와 김치는 정말 맛있었다. 깍두기는 너무 잘 익어서 꼭 사이다로 만든 무(??)처럼 탄산감이 톡톡 터지면서 새콤달콤하고 시원했다. 이 정도로 톡 쏘는 깍두기는 처음이어서 특색 있었고, 거의 배로 만든 김치처럼 달달해서 단 거 좋아하는 내 입맛에 취향저격이었다. 맨날 반찬으로 먹고 싶은 맛! 반대로 배추 김치는 겉절이 느낌이었는데, 이건 이거대로 또 굉장히 맛있었다. 가게에 김치 냉장고가 여기 저기 있는 걸 보니 김치에 신경을 많이 쓰시는 것 같았다. 녹두전도 바삭하고 두껍고 고소한 게 꽤 괜찮았다. 빨리 익히려고 그렇게 하신 건지 더 바삭하게 튀기기 위한 스킬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운데에 조그만 동그라미가 나있는 모양이 인상깊었다. 만둣국의 맛을 떠나 정말 아쉬웠던 점은, 위생이 겉보기엔 괜찮아 보였지만 탁월하지는 않은 듯 하다. 테이블에 놓여 있는 앞접시 중에 하나는 고춧가루/김치국물이 살짝 묻어 있었고, 무엇보다도 만둣국에서 얇은 머리카락 한 올이 나왔...ㅠㅠㅠ 아쉽다. 참고로 식당 앞쪽에 입구가 없어 들어가는 방법을 헤매는 분들도 계실텐데 오른쪽으로 돌아서 마당 안쪽으로 들어가면 된다. 옛날 한옥 양식의 가정집을 개조한 곳이라 구조가 특이한 것 같다.

전통만두국

서울 성북구 고려대로8길 67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