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에서 열기

스페인 음식점. 해산물 빠에야, 트러플 까르보나라를 주문. 스페인 음식점이니 일단 빠에야는 빼먹을 수 없다. 하몽을 시키지 않은게 살짝 아쉽다. 빠에야는 한국인들이 썩 자주 먹는 요리는 아니지만, 쌀에 스톡을 넣고 끓이면서 익히는 요리라는 점에서 리조또와 비슷하다. 하지만 맛을 내는 원리를 놓고 보면 빠에야는 우리에게 더 생경한 요리가 아닐까. 리조또의 경우 전분기와 수분을 살려서 크리미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고 쌀을 알덴테로 익혀 식감을 살리는 등, 우리에게 익숙한 맛의 원리들을 활용하는 요리다. 우리네 죽과 이탈리아의 파스타에서 발견할 수 있는 방법론들이다. 반면 빠에야는 크리미하지 않게 전분기가 적은 쌀을 쓰고, 수분이 다 날아가도록 끓인다. 죽보다는 볶음밥에 더 가까운 형태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름으로 튀기듯이 볶는 볶음밥의 특징을 살리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샤프론이나 로즈마리 같은 이국적인 향신료가 쓰이기도 한다. 죽도 아니고 볶음밥도 아닌 이 특이한 요리는 리조또에 비해 여전히 생소한 듯하다. 서론이 길었다. 결론, 분명 정성들여 만든 요리인 것 같은데 맛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내가 스페인 음식을 잘 몰라서 그런걸까?) 해물과 닭으로 스톡을 냈을텐데 향과 감칠맛은 부족하게 느껴지고, 쌀은 속까지 푹 익었는데 전분기와 수분이 없으니 식감이 퍼석하게 느껴진다. 쌀밥이랑 리조또가 그리워진다. 정통 스패니쉬도 이런 느낌일까? 트러플 까르보나라도 참 애매하다. 이탈리안 파스타의 문법으로 해석하자면 이건 아주 빈약한 파스타다. 까르보나라인데 치즈 향과 후추 향이 너무 약하고, 소스에는 면수의 감칠맛과 짠맛이 하나도 안 느껴진다. 쉽게 표현하자면 밍밍하다. 싱겁고 맛이 없다. 트러플 향이 살짝 나는 페스토를 섞었지만 그래도 맛없다. 감칠맛과 짠맛이 턱없이 부족하다. 파스타도 푹 익어서 알덴테의 식감이 전혀 살아나지 않는다. 칼국수인 줄. 이것도 스페인식으로 재해석한 색다른 까르보나라인 걸까? 내가 모르는 스패니쉬 파스타의 세계가 어딘가에 펼쳐져 있는 것일까... 함부로 판단하긴 힘들지만 솔직히 지금의 나에겐 그냥 너무 맛없는 음식일 뿐이다. 서비스도 친절하고 오픈키친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정성을 들인다는 느낌이 난다. 하지만 나는 맛없다고 느꼈다. 잘 모르는 장르의 음식이라 평가하려니 확신이 안 선다. 에라 모르겠고 맛이 없었으니 솔직하게 "별로"를 누르자. (이 날 몸상태가 살짝 좋지 않았다는 점을 밝혀둔다. 별로라고 할만큼 질 낮은 가게는 아닌 것 같아서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제이미테이블

서울 관악구 남부순환로230길 45 하나리버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