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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13과 그라노를 운영하는 산티노 소르티노 셰프의 카페다. 가격에 비해 상당한 퀄리티를 자랑하는 현대미술관의 보물! 가성비가 사랑스러워서 미술관 올 때마다 애용해왔는데, 알고보니 소르티노 셰프여서 깜짝 놀랐다. 어쩐지 카페 이름이 "그라노"였더라니... 사진에는 가을에 먹은 베이컨 오일 링귀네와 우렁된장 새우 크림 링귀네, 그리고 최근에 먹은 프로마주 피자와 판체타 토마토 푸실리다. 메뉴는 한 번씩 바꾸는 듯하다. 우선 링귀네든 푸실리든, 소르티노 셰프의 레시피인 이상 파스타 면이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이 건면의 알덴테는 향도 맛도 식감도 훌륭하다. 테라13과 그라노에서 맛본 파스타보다는 떨어지는 느낌. 그래도 이 가격대에 기대할 수 있는 파스타로서는 완벽한 수준. 여기 파스타의 공통된 특징은 애호박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야채 식감이 더해지고, 애호박에서 우러나는 채수가 감칠맛을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베이컨 오일 링귀네. 베이컨의 짠맛과 훈연 향, 그리고 애호박의 채수가 우러난 올리브 오일로 맛을 냈다. 강렬한 올리브오일 향이 섞이며 소스의 감칠맛을 한껏 살려준다. 우렁된장 새우 크림 링귀네. 신선한 우렁과 새우가 듬뿍 들어가 단백질을 알차게 보태주고 있고, 된장의 고소한 감칠맛이 은은하게 섞인 크림 소스가 링귀네에 달라붙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판체타 토마토 푸실리. 토마토의 향과 새콤한 신맛과 감칠맛을 농도짙게 진하게 살려낸 소스. 염장숙성되어 부드러운 판체타의 식감이 알덴테 푸실리의 식감과 교차되고, 삼겹살의 고소한 기름맛이 탄수화물 고소한 맛과 섞인다. 오우 뷰티풀! 프로마주 피자(이름이 정확히 기억 안남). 양질의 고르곤졸라도 좋지만, 이 메뉴의 도드라지는 특징은 스모크 치즈를 썼다는 점이다. 스모크 치즈를 쓴 프로마주 피자는 처음 먹어봤는데, 고르곤졸라의 숙성향이 스모크치즈의 훈연향과 이렇게 어우러질 줄이야. 스모크와 고르곤졸라의 조합이 특색 있고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화덕이 아니라 오븐에 구워내서 아쉽게도 직화구이의 불향은 없다. 도우는 얇게 만들어서 크러스트 부분이 거의 없고 쫀득한 맛도 없지만, 그래도 바삭하고 맛있다. 아 참. 음식만 잔뜩 적어놔서 트라토리아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카페다. 커피도 맛있다. 고소하고 너티한 맛에 산미까지 밸런스 있게 잘 잡았으니, 커피도 이 근방의 멋드러진 카페들에 뒤지지 않는다. 아메리카노도 좋지만 모카가 기억에 남는다. 전시회 보러 갈 때마다 들리는 가게이지만, 1.6만원 이하의 저렴한 가격대로 이런 훌륭한 이탤리언을 맛볼 수 있으니 미술관에 볼 일이 없더라도 식사하러 갈 만하다.

카페 그라노

서울 종로구 삼청로 30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