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오스테리아지만 간판에는 리스토란테라고 병기해놓았고, 가격도 리스토란테급. 그러나 음식 퀄리티는 그냥 괜찮은 트라토리아 수준. 즉 가성비가 아주 떨어진다. 사슴고기 라구 갈레티와 트러플 크림 뇨끼를 주문했다. 우선 식전빵과 올리브유. 올리브유의 씁쓸하고 스파이시한 맛은 느껴질 정도의 등급이긴 하나 다른 리스토란테들과 비교하면 향과 산미가 밋밋하고 상당히 실망스럽다. 식전빵으로 서빙된 바게트는 나쁘지 않다. 사슴라구 갈레티. 사슴고기로 만든 토마토 라구소스는 나쁘지 않지만 기대보다 너무 평범하다. 사슴고기의 육향이 소고기 라구소스와는 다른 매력을 만들어내지만 그뿐. 토마토의 향이나 산미나 감칠맛을 딱히 잘 살린 것도 아니고, 갈아올린 치즈도 파르미지아노가 아닌 (비공식의) 파머잔인 것 같고, 올리브유도 향미가 약하고, 무엇보다 이 갈레티의 식감은 무엇이란 말인가. 애초에 갈레티가 공장제인지 의심되는 수준이고, 알덴테의 식감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는다. 사슴에게 미안할 정도의 면 퀄리티다. 도저히 3.2만원이라는 가격이 이해가 안 되는 수준의 요리. 사슴아, 너의 몸값이 그리 비싼걸까? 트러플 크림 뇨끼. 트러플 페이스트를 섞은 크림 소스에 뇨끼, 그리고 블랙트러플을 아주 소량 갈아 올려서 서빙된다. 트러플 크림 뇨끼로 유명한 이태리재와 비교해보자. 크림소스는 이태리재보다 점성이 있고 맛은 비슷하다. 이태리재는 트러플 오일을 섞어 트러플 향이 크림의 향을 겉에서부터 감싸듯이 강렬하게 퍼지는 것과 달리, 여기는 페이스트를 써서 보다 크림소스와 균형있게 섞이고 잔잔하게 밀려오는 느낌이다. 트러플 향이 조금 더 강렬하기를 기대했으나 이것도 나쁘진 않다. 소스는 꽤 괜찮구나 하고 안심하는 순간 다시금 기대를 배신하며 뒤통수를 한 대 때려주시는 우리의 주인공 뇨끼. 밀의 비중이 높은 데다가 감자의 존재감은 너무 약하고, 치즈를 넣은것도 아니다. 밀 비중이 높다보니 뇨끼가 아니라 수제비처럼 쫀득한 식감이다. 무엇보다 향미가 너무 보잘 것 없다. 마치 그냥 밀 반죽에 감자전분 섞은 것 같은 맛이다. 함께한 일행은 소스만 조금 떠먹더니 뇨끼를 남겨버렸다. (이태리재는 감자향 치즈향과 불향을 조화롭게 살렸었고, 곱게 걸러낸 감자의 촉촉한 식감과 바삭하게 구워낸 겉의 식감의 반전을 살려내는 등 뇨끼 자체의 맛이 참 좋았는데...) 이런 뇨끼가 2.8만원이라니! 비싼 트러플 페이스트로 소스를 열심히 만들면 뭐하나 정작 파스타가 맛이 없는데... 그래. 전반적으로 먹을 만하다. 관악구에서 이정도 급의 이탤리안을 맛볼 만한 곳이 없으니 희소가치는 있다. 하지만 여기가 땅값이 그리 높은 것도 아닐테고... 그냥 괜찮은 트라토리아급의 음식에 이 가격은 아무래도 부당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가성비 때문에 "별로"를 주고 싶지만, 못 먹을 정도로 맛이 없진 않으니 "괜찮다"로 남겨본다. 관악구 주민이고 멀리 나가기 싫다면 시도해봐도 좋겠지만, 이 가격이면 뛰어난 요리들을 맛볼 수 있는 가게들이 많으니, 만류하고 싶다.
오스떼리아 로
서울 관악구 관악로12길 104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