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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생활할 때 자주 들렀던 곳이고, 커피만큼은 정말 맛있어서 좋아했던 공간이다. 그러나 커피만을 위한 공간이었던 이 곳도 이제는 내 좋은 추억들과 함께 빛이 바랬다. 지난 늦가을 쯤이었던가 갑자기 로스팅과 커피 서빙에 서시는 분들이 싹 바뀌었고, 공간 배치도 달라지고, 현금 할인 조건을 다는 등 서비스 모델도 미묘하게 변화를 겪었다. 아는 얼굴들이 갑자기 사라진 것도 아쉬웠지만, 무엇보다 커피 맛이 변했다. 로스팅 과정도 커피 세팅도 바뀐 것 같다. 납품받는 원두가 달라졌는지 어떤지는 몰라도, 중요한건 로스팅과 커피 내림에 참여하는 분들이 바뀌었으니 커피 맛도 당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로스팅 단계에서 전보다 오래 볶는지 쓴맛이 강해졌고 향 성분이 날아가서 맛이 상당히 떨어진다. 게다가 예전보다 내리는 물의 온도가 올라갔는지, 서빙된 직후의 핸드드립이 적정 온도보다 뜨겁다. 예전의 에티오피아는 싱그러운 산미와 숙성된 과일향이 참 좋았었는데, 이제는 지역별로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각 지역의 원두가 가진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메뉴에는 커피 목록보다 non커피 목록에 더 많은 강조 표시들이 들어서있다. 음악 선곡조차 특색 없고 일관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예전과 달리 지금의 살림팩토리는 동네 어딜가나 있는 흔한 수준의 가게, 체인점보다는 낫지만 커피 맛을 그리 제대로 살리지는 못하는 카페들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커피 살림

대전 유성구 대학로 153-1 궁동다가구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