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 추운 아침이었다. 미끄러운 얼음길을 더듬더듬 걸어서 이제 막 문을 연 가게로 들어섰다. 설레는 얼굴에 배고픈 웃음을 조금 덧발랐다. 죽과 파전을 주문했다. 얼큰바지락순두부죽은 뜨거웠지만 맵지 않았다. 오랜 시간 병원 앞을 지켜온 담박한 간이 느껴졌다. 바지락 살이 순하고 부드러웠다. 으깬 순두부와 밥알은 삼키기 쉬웠고 끝까지 따뜻했다. 나는 자꾸만 두터운 사기그릇 바닥을 긁어댔다.
죽향
서울 중구 마른내로 14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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