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금거리던 봄기운이 고양이처럼 곁을 스쳤다. 피곤이 더께처럼 쌓여 어깨 위에 올라앉았다. 검어진 하늘을 짊어지고 집으로 오던 길에 허기가 졌다. 아무데나 가서 아무거나 먹고싶은 마음을 돌려세워 잠시 길을 걸었다. 조개 더미를 헤치고 살을 골라 구운 마늘쪽에 꿰었다. 파스타를 돌돌 감아 한입에 넣었다. 붉은 와인을 조금 마셔 입을 적셨다. 토마토소스 파스타를 하나 더 청했다. 주저앉은 어깨가 다시 들썩였다.
아 삐에디
서울 성북구 삼선교로10길 26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