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한 병이랑 오무라이스 주세요. 봄날이 환하게 늘어진 일요일 낮에, 아직 아무도 오지 않은 가게에 들어서며 말했다. 점심을 먹으려는 것이 아니라, 마치 그 말을 전하기 위해 온 사람처럼 또박또박 얘기했다. 그리곤 뭔가 멋쩍어서 구석자리에 앉았다. 폭신한 계란옷은 말캉했지만 흐물거리지 않았다. 두툼한 베이컨과 탄탄한 버섯이 오물조물 즐거웠다. 고기가 얇으면 입은 부드러워도 맛이 무드러지기 쉬운데, 조그맣게 깍뚝썰어 밥과 따로 볶아서 해결한 것 같았다. 간이 옅은 소스가 보드랍고 묽어서 삼삼했다. 밤새 한바탕 싸우고 와서 같이 먹으면 그냥 화해할 것 같았다. 착하고 여리고 무른 말만 하며 살아온 사람이 만든 듯했고, 싱겁지는 않은데 자꾸만 나도 묽어지는 듯했다. 봄 오는 기운을 봄뜻이라 한다더니, 이게 봄뜻인가보다.
맛의 정원
서울 종로구 혜화로 47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