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비가 내렸다. 하늘이 두텁게 검어지길래 얼른 카페로 들어섰다. 따뜻한 예가체프와 말차 테린느를 두고 앉으니 창밖에서 매섭게 쏟아졌다. 쌉싸름한 테린느를 얇게 자르고, 팥소를 덜어 얹고, 생크림을 뚝 떼어 이불처럼 덮고 한입에 물었다. 비오는 날의 첫입은 보드라웠고 끝입에서 달았다. 셋을 하나로 맺어야 그 맛이 났다. 커피로 단맛을 지우고, 다시 나이프를 들었다. 비가 그치면 사라질까봐 마음을 졸였다.
카페 키이로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26길 41-3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