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런한 배추김치와 흥건한 깍두기가 먼저 나왔다. 그 맛을 기억한 입 속에서 군침이 돌았다. 숟가락을 참지 못하고 흰 밥 한 술에 김치를 얹어 삼켰다. 새큼한 김치 첫맛이 이지러지고 매운 맛만 곱게 남았다. 벌건 국물에 잠긴 하얀 두부 위로 빨간 고춧가루가 그득했다. 파릇한 쪽파 사이로 다진 마늘 냄새가 진했다. 그릇 바닥까지 온통 희고 여린 두부로 가득했다. 국물이 끓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두부를 덥석 덜어 담았다. 부드럽고 연한 두부가 입에서 금세 사라졌다. 남겨진 맛이 희미하게 고소하고 길게 나지막했다. 빈 밥그릇에 두부를 마저 덜었다. 드르륵, 드르륵, 손님들 문 여닫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장모님댁
경기 가평군 설악면 자잠로 8 장모님댁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