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지런한 배추김치와 흥건한 깍두기가 먼저 나왔다. 그 맛을 기억한 입 속에서 군침이 돌았다. 숟가락을 참지 못하고 흰 밥 한 술에 김치를 얹어 삼켰다. 새큼한 김치 첫맛이 이지러지고 매운 맛만 곱게 남았다. 벌건 국물에 잠긴 하얀 두부 위로 빨간 고춧가루가 그득했다. 파릇한 쪽파 사이로 다진 마늘 냄새가 진했다. 그릇 바닥까지 온통 희고 여린 두부로 가득했다. 국물이 끓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두부를 덥석 덜어 담았다. 부드럽고 ... 더보기
첫입보다 다섯입째가 더 맛있다, 장모님 댁. n번째 방문입니다. ‘장모님’이신 할머니는 여전히 잘 계시고, 사위로 예상되는 사장님은 여전히 해맑게 썰렁한 개그(2만원이 나오면 “2천만원이요~”라고 하시는 등의)를 시전하십니다. 할머니 주머니 속 과자 하나만 달라고 해 보고 싶었어요. 엄빠와 온 아이를 보시면 도라에몽처럼 주머니에서 과자를 꺼내 주시던 것이 생각나서요. 애들한테만 주시는 건가… 선배와 캠핑을 갔다가 아침밥을 ... 더보기
해장국과 순댓국 사이의 절묘한 그 어딘가, 장모님댁. 간만에 맛있는 집을 찾았습니다. 종로 청진옥의 해장국처럼 깔끔하면서도 진진한 느낌의 육수에, 실한 야채순대와 오소리감투, 내장부속으로 내용물을 채웠네요. 된장으로 투박하게 끓여낸 순댓국은 쉬지않고 숟가락질을 하게 만듭니다. 정갈한 김치도, 수북하게 썰어내주시는 파와 청양고추도 모두 순댓국의 맛을 증폭시킵니다. 장모님댁에서 ‘장모님‘이실 것으로 보이는 할머니께서 뒷짐을 지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