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간판과 붉은 탁자, 젖은 잉크 냄새가 나는 신문지. 그렇게 갑자기 젖어드는 오랜 기억들에 잠시 어리둥절했다. 메뉴에 쓰인 ‘십낀소밥’은 아마도 십경소반(什景炒飯)을 말하는 듯했다. 대략 ‘갖가지볶음밥’ 정도의 뜻일 것이다. 볶음밥 속의 오징어, 버섯, 새우 따위가 따뜻하고 다채롭고 보드라웠다. 우악스런 단맛은 보이지 않았다. 기름맛에 헝클어지지도 않았다. 무 생채는 물기만 짜내서 고춧가루에 무친 듯했다. 잠시 매운 듯하다가 개운하게 쌉싸름해졌다. 생강처럼 코를 찌르지 않았다. 몇 가닥 더 집어 자근자근 우물거렸다. 밖에서 들리는 세찬 빗소리가 박수소리 같았다.
홍성각
인천 미추홀구 한나루로 494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