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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kxic
3.5
3개월

고민 _ 10여년 전 멘야하나비가 국내에 상륙하며 시작된 '소바' 음식의 변주는 새로움 보단 익숙함으로 다가온다. 어느새 우리 역시 일본처럼 소바를 모밀의 일종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일본풍 국수 전반을 부르는 표현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마제소바(まぜそば) 이후 모밀의 아성을 흔드는 도전자는 등장하지 않고 있다. _ 롱메의 '아부라 소바(油そば)'를 먹은 뒤, 어쩌면 10여년간 홀로 뛰던 마제소바가 도전의 바통을 넘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아부라 소바는 채소, 감칠맛을 담당하는 파우더, 차슈와 멘마, 마요네즈, 타래소스와 화유를 면과 적절히 섞어 먹는 비빔면. 마제소바와의 근본적 차이라면 '기름'의 유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마제소바가 고기 소보로(そぼろ)를 만드는 등 요리사의 품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것에 비해 아부라 소바는 내용물의 단촐함을 자극적인 맛으로 극복하는, 패스트푸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_ 그래서 롱메의 아부라 소바는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맥도날드 치즈버거가 되기 쉬운 음식을, 정말 맛있는 스매쉬드 버거로 끌어올린 느낌이랄까. 그래서 첫입부터 마지막까지 롱메의 아부라소바를 제일 잘 설명하는 단어는 '고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촐한 재료로 맛의 밸런스와 풍미, 감칠맛을 극대화 하는 '최적의 배합'을 찾기 위해 노력한 셰프의 고민, 혼자서 테이블과 요리 모두를 수행하며 최적의 동선을 찾아낸 사장으로서의 고민까지. 맛있는 음식에서 고민이 느껴진다는 것은 셰프가 손님을 한명, 한명 정성스럽게 대하고자 노력한 결과라는 것을 알기에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_ 최근 들어 괜찮은 맛집, 술집이 하나 둘씩 레이더망에 걸려드는 군자. 이 동네의 첫 스타트를 끊은 가게들 중 하나인 롱메는, 그 시절 연남의 라멘집들이 이끌었던 연남동 성장 신화를 군자에서 재현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마저 들게한다. 아직은 유명해지기 전, 어쩌면 올해가 줄 서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는 아닐까. 변모하기 전의 연남과 성수 등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라면 가을날, 카메라를 들고 군자의 사람냄새를 따라 걸으며 롱메의 고민을 느껴보길 추천한다. _ 평가 : ★★★☆(3.5) 촬영 : iPhone 15 Pro _ 별점 기준 ★★★ : 근처에 있으면 최우선으로 찾아가 먹을만한 곳. ★★★★ : 긴 시간의 대기를 감수하고라도 먹을만한 곳. ★★★★★ : 이 음식을 먹기 위해 여행을 떠나도 좋은 곳. _ _ _

롱메

서울 광진구 긴고랑로8길 79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