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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kxic
4.0
3개월

연연(戀戀) _ 연연(戀戀)은 한자 그리워할 연(戀)이 두개나 들어간, 사전적 정의로는 집착하여 미련을 둠 혹은 그리워서 애태움을 의미한다. 우리는 흔히 "너무 연연한다'라는 말을 하곤 하지만 그 사전적 뜻은 우리의 생각보다 조금 강한, 절절한 그리움을 의미하고 있다. _ 흔히들 일정 수준 이상부터는 채움보다 덜어냄이 어렵다고 말한다. 힘이 많이 들어가면 본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우리네 삶의 모습처럼, 요리 역시 그러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곳의 들기름 막국수는 덜어냄을 완성하여 완벽한 맛을 선사한다. 재료는 단순하다. 잘 삶은 메밀면, 좋은 들기름, 적절한 소금기를 머금은 무생채 그리고 조미료. 그러나 그 간단한 조합만으로 맛의 밸런스와 감칠맛, 감질맛까지 이끌어 내니, 덜어냄의 미학을 완벽하게 구현한 하나의 작품이라 해도 무방하다. _ 작품을 감상하며 든 심상은 '연연'. 이리도 완벽한 맛을 집 근처에서 편하게 먹던 강화 주민이 이젠 서울까지 나와야 하기에 발생하는 큰 상실이 느껴졌기에 든 생각이다. 20년 넘는 세월 동안 함께 해온 '우리의 식당'이 먼 곳으로 이전한다면, 심지어 그곳이 너무나도 맛있는 곳이었다면 누구라도 떠나지 말라고 매달리고, 떠난 뒤에 그리워하지 않을까. _ 꽤나 매니악한 음식이던 평양냉면은 어느새 대중화가 된 듯 하다. '걸레 빤 물 맛'이라는 오명은 여전하나, 워크인으로도 방문 가능하던 많은 평냉집들이 기본 대기 100팀을 넘는 것을 보다보면 이제는 낯섦의 영역에서는 벗어난 상태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 사실 이곳의 평양냉면은 다른 유명한 평양냉면집에 비해서는 평이하다. 그러나 가히 완벽한 맛을 보여주는 들기름 막국수는 긴 시간의 대기를 감수해도 좋을 맛이다. 준수한 항정살 수육은 덤. 역대급 폭염을 기록중인 요즘 여름날, 빌딩 안에 위치했기에 긴 대기시간이더라도 시원하게 기다릴 수 있는 서령을 방문해, 연연하는 감정을 느껴보기를 추천한다. _ 평가 : ★★★★(4.0) 촬영 : iPhone 15 Pro _ 별점 기준 ★★★ : 근처에 있으면 최우선으로 찾아가 먹을만한 곳. ★★★★ : 긴 시간의 대기를 감수하고라도 먹을만한 곳. ★★★★★ : 이 음식을 먹기 위해 여행을 떠나도 좋은 곳. _ _ _

서령

서울 중구 소월로 10 단암빌딩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