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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나

추천해요

3년

논현동 양식 불모지에서 단비같은 곳을 발견했다. 주변 가로수길, 압구정에 그렇게 많은 파스타 맛집이 유독 논현동으로 조금만 내려와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사실 그래서 나는 논현동이나 강남역에서 잘 약속을 잡지 않는다. 논현동 근처에 볼 일을 보고 돌아가려는 사이 마땅히 혼밥을 해결할 곳을 찾다가 용기를 내고 파스타 혼밥을 하러 기대없이 들어간 곳. 왜 나는 배가 고프면 항상 파스타가 생각날까. 오후 6시 쭈뼛거리며 작은 파스타집에 들어갔는데 네다섯개 테이블에는 손님이 아직 나밖에 없었다. 혼밥, 그것도 파스타 혼밥이라니. 메뉴판을 보고 얼른 봉골레 하나를 소심하게 주문. 그저 동네 양식당 정도로 생각했는데 수제로 만든 식전빵까지 준비해 주신다. 식전빵을 한 입 먹는데, 헉 촉촉하다. 맛있다! 얼마 안 걸려 금방 봉골레가 나왔는데, 순간 입이 벌어질 뻔 했다. 이 무슨 혜자스러운 양과 플레이팅이란 말인가. 사진 찍을 생각도 없이 들어간 곳에서 얼른 카메라를 켜서 한장 찍었다. 가리비와 바지락의 파티가 열리는 봉골레ㅋㅋㅋㅋㅋㅋ 링귀니 면이 단단하면서도 알맞게 익었다. 문득 홍대에서 유명한 파스타 맛집을 갔다가 최악의 파스타를 경험했던 날이 떠올랐다. 예상치 못한 날, 기대없는 공간에서 뜻밖의 훌륭한 식사 한끼를 만나게 되면 그 무엇보다 행복해지는 기분이다. 넓직한 플레이트에 펼쳐져서 나오는 봉골레는 오일 소스에 흠뻑 적셔있었고, 가리비와 바지락 조개살은 아주 신선하고 탱탱했다. 십분컷으로 파스타를 흡입했다... 망플에 올려야지 망플에 올려야지 속으로 계속 입력하면서 감사히 모든 조개와 마늘과 링귀니면을 남김없이 먹었다. 먹고 있다보니 어느새 테이블이 찼고, 나처럼 맥주에 봉골레 혼밥하시는 여자분들도 있는 거 보니 벌써 이 근처에서는 꽤 유명한 곳인가 싶었다. 논현동 근처에 오면 다시 재방문해서 다른 메뉴도 먹어보고 싶다. 짝짝짝.

비스트로 논현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22길 39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