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 중앙 원탁 위로 빛이 쏟아내리고 있다. 우리는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한 배우들 처럼 자리를 잡았다. 이날은 생일 자리였다. 잊혀진 옛 건물에 모여든 비밀 결사대 같다. 서둘러 주문을 하고 준비해 온 케이크에 촛불을 붙인 후 짧은 의식을 마쳤다. 그리고는 술 한 잔 사시미, 소바마끼, 금태가 차례로 나왔고 나중에 조개술찜을 추가했다. 색감에 눈이 이끌렸다. 그럼에도 금태. 핀 조명을 받아야 할 메뉴는 그것이다. 파사삭 터지는 식감이 기쁨에 맞장구 쳐 주는 것만 같아, 술 한 병을 더 주문했다. 문을 닫고 나오니 여전히 비가 내린다. 가을색을 입은 비. 여름의 끝이다.
회현식당
서울 중구 퇴계로2길 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