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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창
추천해요
3년

흰 도화지 같은 냉면 마포의 냉면가 중에 빠뜨리면 안 되는 냉면집. 냉면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반드시 들려야 할 집. 도사나 스님이름 같은 이름의 냉면집. 무삼. 삼무 즉 조미료, 색소, 설탕 등을 넣지 않고 냉면을 만들어 낸다하여 무삼면옥. 면도 그날 제분하고 반죽 해서 그날 쓰신다고 한다. 대단하다. 과연 작년 이맘때 갔을 때도 주문을 받고 바로 반죽해서 면을 뽑아 주셨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히 참을 수 있는 냉면홀릭들의 호사. 면수 대신에 완전히 맑은 메밀차. 향긋하다. 메밀향을 먼저 맡으려는 뜻이렸다. 겨울에 냉면을 더 자주 먹는 이유 중 하나는 겨울에 햇메밀을 먹을 기회가 많다는 점. 여름메밀보다는 가을메밀을 쓰는 사람들이 많으니 늦가을에 추수해 겨울에는 햇메밀로 만든 면을 맛 볼 수 있기 때문. 특히 순면을 고집하고 제분, 제면도 직접 하는 식당인 경우 더욱 그렇다. 아. 육수는 그야말로 흰 도화지 같다. 분명 육수인데 그저 말간 느낌. 머리 속도 하얗게 된다. 그럼 우리가 여지껏 먹은 냉면은 뭐지? 아무 화장을 하지 않은 생얼 같은 육수. 놀랍고도 놀랍다. 반복해 마셔보면 약간의 감칠맛 겨우 느낀다. 아마 채수거나 표고의 맛일까. 이런 독특한 육수는 먹어본 적이 없다. 손님의 비위를 맞추는 냉면이 아니라, 내가 만든 냉면에 손님들의 입맛을 맞추라는 주관. 대단한 용기가 아닐 수 없다. 인기는 없을 것이고 대중화 따위는 모욕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난 이런 고집이 좋다. 면은 순면. 확실한 메밀향을 맡고 싶으면 언제나 이집 냉면을 먹어야겠다. 냉면을 주문하면 간장비빔도 맛보라고 따로 양념이 담긴 작은 면기를 주신다. 면을 덜어 비벼 먹어 본다. 간장과 들기름 그리고 아삭한 목이버섯 꾸미의 콜라보. 이것도 참 독창적이다. 조미료에, 감미료에 젖어 달콤새콤한 냉면 미각을 리셋하고 싶을 때 이 무삼면옥에 와야 한다. 대조군 같은 냉면. 백지 같은 냉면. 부디 오래오래 맛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무삼면옥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12길 50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