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의 훌륭한 코스 요리. 간짜장을 맛있게 먹는 나의 방법. 스승의 날이 돌아오면 어디에 식사를 모시나가 늘 고민이다. 허접하게 대접할 수는 없고, 왁자지껄한 고깃집에 모실 수도, 그렇다고 호텔가기에는 예산이 염려되고. 하여 늘 중식당이 선택을 받는다. 올 해는 일찌감치 미리 모셨다. 지난 번 예나빠 홀릭이 추천하신 연희동 걸리부. 3.5코스도 훌륭해 보이는데 오랜만에 모시니 제일 비싼 걸로 모시기로. 더욱이 팔순에도 아직 두주불사하시는 스승님에겐 최고로 하자고 의기투합. 오래 된 구조. 그야말로 청요리집 별실. 오품냉채. 해파리가 달지 않아 좋다. 삼선위의 샥스핀. 샥스핀의 양은 지극히 작다. 해삼전복. 건해삼을 푸짐하게 넣어 전복과 비율도 좋고. 깐소새우는 튀김옷이 두껍다. 관자튀김 따끈하고 쫄깃하다. 해물누룽지탕 분위기를 띄우고, 송이가 넉넉히 들어간 송이소고기 요리 최고다. 분위기가 분위기를 부르고 불콰한 저녁은 스승님에 대한 감사로 채워진다. 금문은 과연 빠르다. 귀한 재료로 과하지 않게 양념한 요리와 잘 어울렸다. 금문은 연태를 불렀다. 모두 흡족해 하셨다. 식사는 간짜장으로 마무리. 간짜장을 맛있게 먹는 나의 방법은 1. 우선 적당량의 소스를 (대략 제공량의 반) 넣어 비벼 맛을 보고, 싱거우면 더 넣을 것. 절대 한 번에 모든 소스를 확 붓지 말것. 한꺼번에 부어 짜게 되거나 아까운 소스를 다 남기게 되는 우를 흔히 저지름. 2. 면을 소스와 잘 비벼서 소스와 충분히 같이 먹을 것. 특히 아삭이는 양파와 맛난 고기를. 3. 젓가락만으로 먹으면 면만 떠 먹어서 언제나 아까운 양파와 소스가 남기 때문에, 한 쪽에는 스푼, 한 쪽에는 포크나 젓가락으로 마치 파스타를 먹듯이 면을 말고 소스를 충분히 얹어 먹을 것. 제가 간짜장을 즐기는 요령인데 이렇게 간짜장을 먹고 있으면 언제나 주위로부터 따가운 눈총이나 한마디를 들음. 1. 젓가락질 못하냐고. 2.간짜장이 파스타냐고. 3.특히 가족이나 친구들로부터는 유난 떨지 말라고. ㅎㅎ. 각오하고 욕과 같이 먹으면 더 맛있음. 남은 간짜장소스는 브라운백에.ㅎ. 집에 가서 레인지에 데워 간짜장밥 해 먹으면 정말 맛있음. 특히 흉 보던 식구들 앞에서.
걸리부
서울 서대문구 연희맛로 31 도원빌딩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