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발라야와 추사 김정희 뉴올리언스에서 있는 학회는 언제나 인기 만점이다. 학회도 재미있지만 재즈와 함께 독특한 퀴진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에서 가는 건 정말 수고로운 일이지만 가서 뉴올리언스 재즈 한 곡만 들어도, 버번 한 잔만 마셔도 기꺼이 갈 만 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프랑스령이었던 루이지이나에 정착한 프랑스나 스페인인의 후예, 크리올들이 만드는 토속음식 중 가장 유명한 잠발라야.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닭고기와 매콤한 앤두이소세지를 넣고 볶다가 홀리 트리니티(양파, 샐러리, 피망)과 다진 마늘을 넣어 같이 볶는다. 향신료와 쌀과 닭육수를 넣어 익을 때까지 끓여내는 질척하고 매콤한 볶음밥. 이 잠발라야를 미트로칼에서 맛보다니. 메뉴에는 물론 없다. 미트로칼의 잠발라야는 다소 퍽퍽한 소세지 볶음밥 같아도 반갑고 좋았다. 향신료가 좀 더 들어갔으면 하는 아쉬움. 한남동에 적응한 잠발라야인가. 그래도 한 입에 버번스트리트로 데려다 주었다. 서울의 밤을 청했더니 사장님이 자신있게 권한 ‘추사’. 애플사이더를 증류해 만든 40도 증류주다. 아 이거 물건이다. 사과향이 끝에 우아하게 혀를 감싸고 돈다. 서울의 밤은 잊어라. 언더락스도 저리 물려라. 스트레이트가 최고다. 추사 김정희의 고향, 충남 예산 사과로 만들어 이름이 ‘추사’. 맑은 건 추사 백, 오크통 속에서 숙성한 금빛 나는 추사40도 있다. 문경에서는 긴장해야 할 듯하다. 맛난 전통주가 이젠 전국 어디에서나 나오니 반갑기 그지없다. 샤퀴테리와 어울리는 것은 소비뇽 블랑이 제일이나 맛난 피노누아도 좋았다. 하지만 이 날은 ‘추사’에 모두 주인공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미트로칼의 콜드컷 플래터는 방문 때마다 구성이 바뀐다. 국산 우유로 만든 고다치즈가 새로이 올랐다. 지난번 방문에 내었던 것들을 기억하려고 애쓰시는 모습. 다음에 올 땐 꼭 기억했다가 새로운 것들을 더 많이 맛보게 해 주시겠다고 한다. 열정이 대단하다. 애정하는 원테이블 샤퀴테리아가 되었다. 이날은 구름이 껴서 석양이 비쳐들어 오지는 않았으나, 대신 뉴올리언스 빅밴드 재즈가 모두의 귓가에 들이쳤다.
미트로칼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 39 신성미소시티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