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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창
별로예요
3년

성업중인 육우 우드화이어 그릴 식당. 예약을 하고 방문날짜에 망플을 검색하니 휴업중으로 나와 전화로 재확인. 휴업중이 아니라 성업중. 쉐프에게 물으니 망플과 관계가 끝났다고만 하네. 자세한 속사정은 알 길이 없으나 영업중인 식당을 휴업중이라 하는 것은 옳지 않는 일이다. 어제 저녁 식사의 리뷰. 지하에 내려 가면서 입구에 쌓아 놓은 장작들이 우드화이어 그릴 식당임을 알린다. 식당 벽 천장 쉐프 옷 모두 검은색 일색이라 어둡다. 그런데 앉자마자 의자가 바닥에서 미끄러진다. 난 의자가 부서진 줄 알았다. 그게 아니라 바닥에 기름때가 껴서 의자 다리가 미끄러지는 것.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식탁이 끈적인 적은 있어도. 바닥이 이 정도니 그릴은 오죽할까. 청소는 언제 했을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데. 화장실 오갈 때에도 넘어질까봐 엉금엉금. 이날따라 신은 가죽창 구두는 그야말로 허벅지에 힘 꽉 주고 걸어야 했다. 술이 확 깬다. 넘어져 머리라도 다치는 날에는. 손목이라도 부러지는 날에는 낭패다. 육우를 쓰는 식당은 감성고기라는 정육점에서 고기를 가져다 쓴다고 했다. 미리 주문한 포터하우스와 티본 스테이크. 익힘은 미디엄 정도로 되어 나온다. 안심은 부드러워 먹을 만하나 등심은 다소 질기다. 질보다 양이 좋다. 컨디먼츠 숯소금 솔소금 된장소금을 준다. 고기와 함께 도마에 내는 깻잎마늘고추다짐은 다소 맵다. 고기의 맛을 부스터하지 않고 오히려 매운맛이 고기의 고소함을 해친다. 이 양념은 호불호가 있을 것이다. 수비드한 양배추 요리. 아삭한 것도 아니고 푹익힌 것도 아닌 중간 쯤 되는 어디. 트러플 오일내가 다른 맛을 가린다. 부라타치즈와 비트퓨레를 바른 브루스케타가 깔끔하다. 차돌된장파스타와 부추라구파스타 한 입 씩 요기로 나누고 컴컴한 극장 같은 식당을 나선다. 식당을 나서는데 저 기름 때 낀 바닥에 유증기가 생겨 혹 불똥이라도 튀는 날에는 전체 바닥이 불 붙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등골에 식은 땀이 주욱 흐른다. 입구도 하나인 지하 공간. 나오기 전에 순식간에 연기로 질식할 수 있겠지. 그런 일이야 절대 없어야 하겠지만. 실제로 기름때가 낀 후드에 불똥이 튀어 화재가 나는 일은 흔하지 않은가. 안전불감증이 과한 것인가 아니면 나의 노파심이 지나친건가.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식당 바닥이 기름진 식당. 제발 청소 좀 매일 매일 하시길. 그릴도 후드도 식탁도. 도마는 내 지하식당 공포증을 더 확실하게 악화시켜 주었다.

도마

서울 강남구 논현로26길 41 지하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