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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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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숯구이를 주로 하는 이자카야의 맡김차림. 백지라는 뜻의 하쿠시. 좋은 것과 뛰어난 것의 차이는 세세한 디테일에 있다라는 문구를 주방에서 바라보는 카운터 자리 뒷 편 칠판에 적어 놓았다. 볼 때마다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려는 자기 다짐이리라. 고객들도 공감하는 말이다. 맥주를 시키면 간장에 조린 가츠오부시 다짐을 준다. 짭짤한 안주. 오픈 주방 가운데에는 숯불 화덕을 놓아 구이 요리를 잘 보이게 해 놓았다. 보통 화덕은 뒷주방에 있지만 이집은 구이요리를 다 보여 줄만한 메인이라는 얘기다. 알아들었음. 하시오끼는 가느다란 실린더에 물을 넣고 작은 꽃을 꽂아 놓았다. 조화인 줄 알았는데 놀랐다. 이런 디테일을 즐기는 쉐프구나. 1. 숯불에 바삭하게 구운 토스트 1/4쪽에 아주 잘게 다진 네기도로를 두텁게 바르고 한 쪽에는 캐비어를, 다른 쪽에는 트러플을 가늘게 채썰어 올린 스타터. 크리미한 네기도로라 참치도 파도 잘 씹히지 않을 정도. 간간하게 입맛을 돋운다. 2. 핫슨 같은 구성의 네 가지 요리. 2-1 시소 튀김 위에 북해도산 우니를 올리고 캐비어를 올렸다. 2-2. 백골뱅이를 저며 넣고 일곱가지 야채를 섞어 차갑게 낸 샐러드. 2-3. 초당옥수수 튀김 2-4. 닭날개 뼈와 살을 파내고 트러플을 조미한 쌀밥을 채워 구운 닭날개 구이. 3. 오츠쿠리. 줄전갱이, 벤자리돔, 한치, 아까미, 독도새우. 다소 평범한 구성. 4. 스이모노. 데친 아스파라거스 위에 하마구리를 익혀 올린 감칠 맛 나는 국물. 백합살이 흐물흐물하다. 5. 우나기 카바야끼. 두툼한 장어를 쇠꼬챙이에 끼어 양념을 발라가며 숯불로 오랫동안 익힌 요리. 아마 대표 요리인 듯하다. 촉촉하게 굽기보다 아주 바삭하게 구워낸다. 과자같은 식감을 주는 기름을 거의 뺀 담백한 장어구이. 히쯔마부시에 길들은 입맛에는 다소 오버쿡 한 것 같은 식감이다. 6. 등심 스테이크. 꽃등심을 숯불에 잘 구워 숯향을 입힌 대파 위에 올려 낸다. 온센다마고를 터뜨려 노른자에 찍어 먹는 등심. 기름기와 질긴 부분 없고 부드러워서 안심인 줄 알았다. 블랙트러플을 갈아 얹어 주었으나 향은 그리 세지 않았다. 이 날의 베스트 디쉬. 7. 차가운 소바면 위에 닭가슴살과 오이채, 토마토편을 올리고 참깨드레싱으로 비벼 먹는 면요리. 여름에 어울리는 식사. 8. 디저트. 디카페인커피 위에 올린 판나코타와 멜론. 커피향과 우유푸딩의 고소함이 어우러졌다. 페어링한 요코야마는 좀 스위트했고 유키오도코는 깔끔하게 드라이했다. 가이세키라 하기에는 구성이 좀 부족하고 이자카야라 하기에는 디쉬들이 꽤 우아하고. 그 중간 어디쯤일 듯. 그러니까 오마카세인데. 가격에 비해 구성이 좀 약해 아쉬운 저녁. 스테이크는 최고였다. 다음 방문을 기대해 본다.

하쿠시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29길 6 한남플레이스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