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콤달콤한 쭈꾸미 숯불구이와 콩비지, 열무물김치의 삼박자. 쭈꾸미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 야들야들하다. 말레이지아, 인도네시아 산이지만 국산과 맛으로 구별하기는 어렵다. 고추장을 양념으로 쓰지 않고, 국산 고춧가루로만 맛을 낸다는 양념 비법은 사장이 절대 가르쳐 주지 않는다. 용두동의 쭈꾸미 보다는 훨씬 덜 맵고 더 부드럽다. 보통 쭈꾸미는 철판에 굽지만 여기는 숯불위의 석쇠에 굽는다. 숯불에 구우면 뭐든지 더 맛있다. 쭈꾸미를 잘 익혀 적당한 크기로 잘라 몇 점 씩 먹으면 금방 일인분이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없어진다. 양념이 타지 않게 숯불에 굽는게 중요한 요령이다. 더 맛있게 먹으려면 두 번째 쭈꾸미를 시킬 때 밥을 한 공기와 빈 대접을 시킨다. 흰 쌀밥을 대접에 엎어 고루 펴서 식히고, 따로 가져간 조미 김을 한 장 꺼내어 소금을 털어내고 김 위에 밥을 조금 펴서 올리고 쭈꾸미를 그 위에 놓아 쭈꾸미 데마끼를 만들어 먹는다. 쌀밥이 주는 달큰함, 김의 들기름의 고소함, 쭈꾸미의 매콤 아삭함이 어우러져 어떤 맛난 스시 못지 않다. 김을 준비 안 했으면 밥을 조금 뭉쳐 와사비간장을 살짝 찍고 쭈꾸미를 스시 네타처럼 밥위에 올려 먹어도 훌륭하다. 다음엔 관자를 한 접시 시켜, 그냥 구워 먹어도 좋고 쭈꾸미처럼 김으로 밥과 함께 싸서 스시를 만들어 먹어도 좋다. 관자는 오래 구우면 질겨지므로 타이밍이 생명이다. 투명과 반투명의 사이. 이 집의 주연 같은 조연은 콩비지와 열무물김치. 뚝배기에 내는 콩비지는 숯불가에 올려 보글보글 끓여 밥 위에 얹어도 좋고, 열무김치를 건져 콩비지에 얹어 섞어 먹어도 좋다. 신기하게 어떤 조합이든 맛있다. 마지막은 양푼이 비빔밥. 둘이 하나 시키면 족하다. 콩나물과 상추가 아삭거리는 양푼이밥. 바로 먹어도 좋지만 쭈꾸미를 구워 조금 남기고 남은 쭈꾸미를 가위로 잘게 다져 비빔밥 위에 넣는게 킥이다. 여기에다 콩비지 몇수저 넣어 비벼 먹는다. 헤븐이 따로 없다. 가을이든 여름이든 사시사철 입맛 돋우기에 딱이다. 해외에 있는 친구들이 한국에 오면 제일 먼저 데려가는 집이 되었다. 삼십년 이상 오랫동안 열었던 장소에서 명일역 쪽으로 더 가까이 내려왔고, 식당 내부가 이전보다 더 넓어져 쾌적하게 되었다. 맵싸한 쭈꾸미 먹은 후에는 차가운 사이다와 콜라를 반반 섞은 폭탄탄산음료 싸이코 한 잔으로 미친 입맛을 개운하게 달래주면 그제서야 식욕이 수그러든다.
원조숯불쭈꾸미
서울 강동구 양재대로145길 12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