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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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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질그릇 같은 한식 와인바. 성수동 큰 길에서 구불구불 좁은 골목길을 따라 들어 가면 오래된 붉은 벽돌의 연립주택들과 철공소들 사이에 이 작은 식당이 있다. 이 식당에 찾아 오지 않았다면 평생 올 일 없을 것 같은 위치다. 주차는 사치다. 어쩌면 대로에서 이 식당을 찾아오는 과정을 즐기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밍글스 출신이라는 두 쉐프는 젊다. 식당은 온통 짙은 모래색이고 바의 의자들은 티파니의 청록색이다. 사막이나 질그릇이 생각난다. 페어는 바에 앉기를, 삼인 이상은 하나밖에 없는 테이블을 권해 준다. 한식베이스의 퓨전 안주들을 낸다. 와인은 병째 주문해야 하는 것이 룰이란다. 유행하는 이런 와인바들의 강매는 인정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 스타터는 셋 인데 계란장은 주문하니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한다. 부라타는 작은 부라타 치즈가 잘려 있고 파프리카 피클이 곁들여져 있다. 피클이라기 보다 병조림이라 할 정도로 무르고 달다. 단 음식은 식욕을 해친다. 쌈은 통상추를 하나 올리고 치즈를 갈아 뿌리고 시트러스향의 드레싱을 끼얹었다. 소스가 좀 달다. 육회는 현미칩 위에 잘게 다진 육회를 올리고 그라나파다노와 쪽파를 얹었다. 메뉴에는 루꼴라로 되어 있다. 메뉴에 있는 앤쵸비는 느껴지지 않았다. 한 입 거리 핑거푸드식 표현이다. 감자전이 제일 맛있다. 완전히 간 감자와 잘게 채 썬 감자를 섞어 기름에 지져 익혀 내고, 버터를 잘게 채썰고 수분을 뺀 우니를 섞어 감자전에 얹어 먹는다. 미리 올리면 버터가 다 녹으니 먹을 때마다 조금씩 올린다. 새로운 조합이 신선하다. 홍새우는 파스타인데 홍새우와 대파 및 야채를 채우고 라자냐로 구웠다. 매콤한 쵸리조가 느끼한 밸런스를 잡는다. 고추장숯불구이는 우삽겹으로 만든 불고기를 양배추에 싸서 쪽파와 수박, 구운 고추를 곁들이는데 생치즈인 프로마쥬블랑을 소스처럼 올려 먹는다. 고추가 꽤 맵다. 처음보는 매우 실험적인 조합이다. 후식인 쵸코무스는 고추장을 넣어 쵸코와 고추장맛이 났다. 생경하다. 새로운 것은 미식의 덕목이나, 새로운 것이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다. 와인이 좀 더 저렴하면 좋겠다. 식당의 위치와 음식의 질, 그리고 서비스를 생각하면. 대체로 음식의 양이 작고 간단해서, 식사를 위주로 하고 와인을 마시기 보다는, 와인을 주로 하며 가볍게 안주를 곁들이는 그야말로 와인바의 컨셉이다.

도믹스

서울 성동구 둘레9가길 9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