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부드러운 쇠고기 요리가 있을까. 두꺼운 무쇠 팬에 쇠기름을 두르고 충북 음성산 한우의 최고급 쇠고기를 굽는다. 살치가 있는 윗등심과 채끝이 있는 아랫등심. 설탕과 간장을 조금씩 뿌려 가며 간을 맞추고, 작은 백봉오골계 계란을 풀어 찍어 먹는다. 아마 이 요리보다 더 부드럽고 고소한 쇠고기 요리는 없을 것 같다. 이 한 점을 먹고 맛있다라는 말은 하지 않을 수 있어도 맛있다는 표정을 숨길 수는 없다. 간사이식으로 만드는 스키야키는 와리시타 없이 채소에서 구울 때 나오는 채수로 촉촉하게 고기와 실곤냑, 배추, 버섯, 두부 등을 익혀 낸다. 야채와 쇠고기를 이번에는 트러플을 얹은 계란 노른자에 찍어 먹는다. 국물 없이도 겨울에 참 어울리는 요리다. 국물 자작한 간토식의 스키야키는 쇠고기의 영양과 맛이 국물에 빠지므로 국물 없이 만드는 간사이식이 더 맛있다고 쉐프는 말한다. 스키야키 코스에는 가이세키 요리처럼 몇가지 요리가 앞에 나온다. 이날은 고구마위에 올린 간장에 조린 문어, 국물요리로 술찜한 도미와 두부, 무늬오징어, 시메사바, 터봇, 단새우, 참다랑어 등 사시미 몇점, 구운 연어를 중심으로 한 전복율무리조토, 고하다스시 등의 간단한 핫슨이 나왔다. 화려하지 않게 스키야키로 안내하는 코스요리들이다. 스키야키도 맛있지만 이 식당의 킥은 소바다. 부드러운 메밀향의 수준급 소바를 들어올려 쯔유에 끝만 살짝 찍어 먹으면 입안에서 스키야키 고기 못지 않은 행복감을 느낀다. 일본에 요리를 배우러 갔다가, 그 사부의 아들과 의기투합해 학동사거리에 연 식당. 쉐프는 카이세키를, 일본인 쉐프는 스키야키와 소바를 나누어 담당한다. 일본인 쉐프 아이들 이름의 돌림자 키와 쉐프 아이들의 돌림자 현의 일본식 발음 겐이 합하여 키겐이라는 식당이름을 지었다 한다. 친구들과 가진 만추의 저녁식사에 정담이 끝없이 이어져 셋이 와인을 네 병 비우게 되었다. 사이드로 주문한 쪄서 살짝 구워낸 장어구이도 스키야키 못지 않게 부드러웠다. 최고의 간사이식 스키야키 집이다. 고치소사마데시다.
스키야키 키겐
서울 강남구 언주로150길 51 지하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