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가을의 별미, 활 보리새우 회. 가을에 기름이 올라 맛이 좋아지는 생선은 전어가 제일 유명하지만 가을이 제철인 해물은 수없이 많다. 보리새우도 가을이 제철이다. 회색이나 갈색의 가로 줄무늬가 등에 있는 이 맛난 새우는 삶거나 찌거나 구워도 맛있지만 역시 회로 먹는 것이 제일이다. 랍스터를 찌면 회로 먹을 때보다 질겨지는 것처럼 새우 같은 갑각류의 살은 날로 먹을 때 가장 달고 부드럽다. 보리새우 회의 녹진한 살맛에 빠지면 좀처럼 헤어나기 힘들다. 냄비에다 산 채로 펄떡이는 녀석들을 넣고 술을 부어 취하게 한 후 하나씩 집어 까 먹기도 하지만, 먹는 건 좋아해도 움직이는 걸 못 만지는 식객들이 대부분이므로, 서빙하는 분들이 일일이 까서 접시에 놓아주기도 하고, 주방에서 얼음에 기절시켜 대가리 떼고 가지런히 한 접시에 놓아 주기도 한다. 좀 재미는 없지만. 살아있는 보리새우는 꽤 고가인데 산지 식당에서도 20cm 가까이 되는 큰 놈들은 마리당 7,000원, 15-18cm 되는 중간 사이즈가 마리당 5,000원쯤 한다. 그러니 혼자 활 보리새우회 5만원 어치 먹기치우는 건 그야말로 순식간이다. 새우 대가리 떼고 나온 새우는 등쪽과 배쪽 껍질을 까서 아무것도 찍지말고 그대로 한 마리 맛본다. 쫀득하고 달디 단 새우살이다. 다음에는 간장에 살짝 찍거나, 기름소금장이나 와사비간장에 찍어 먹는다. 초장은 제일 마지막이거나 찍지 않는다. 들큰한 초장은 새우살맛을 masking 하므로 새우살의 낭비요 맛의 모독이다. 떼어 놓았던 대가리는 잘 튀겨서 다음 요리가 거의 없어질 쯤 낸다. 고소한 새우대가리튀김의 아삭거리는 식감이 일품인 최고의 새우깡이다. 대가리 속에도 실한 살이 가득 들어있다. 제주 남원의 이 식당에서는 보리새우 중대자 25마리 한 접시, 1kg에 50,000원. 놀라운 가격이다. 그야말로 새우 좋아하는 매니아들은 여기에서 활보리새우회 파티를 할 수 있다. 가을 한정 계절메뉴이니 가을에 이 근처에 들린다면 꼭 한 번 가 볼 만하다. 단 한라산 21이라 할지라도 보리새우의 살 만큼이나 달큰하게 목구멍으로 넘어 갈 것이니 매우 조심할 일이다. 우리나라의 가을은 아름답다. 제주의 가을은 언제나 맛있게 아름답다.
나그네쉼터 어시장 수산식당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 48 제주사랑 (유)관광종합센터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