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째썰기’가 아닌 ‘잘게썰기’가 된 세꼬시. 도다리, 가자미, 전어, 붕장어, 자리돔 등을 뼈째 썰어 먹는 세꼬시회. 가시나 뼈가 굵은 생선은 이렇게 먹을 수 없으니 뼈가 연할 때 혹은 씨알이 작을 때 세꼬시를 해 먹는다. 입안에 생선살과 함께 자근자근 혹은 오독오독 씹히는 뼈와 가시의 감촉이 별난 회썰기의 한 방법이다. 세꼬시로 먹으려고 치어를 자꾸 잡아 막으면 명태처럼 씨를 말릴 수 있으니 새끼들은 먹지말고 보호해야 하는 이유가 한 가지, 그리고 세꼬시의 뼈와 가시가 씹히는 식감이 점점 일반에게 환영 받지 못하는 이유 등으로 뼈가 없는 살만 포를 떠서 잘게 써는 세꼬시가 아닌 세꼬시가 많아지고 있다. 이 식당의 전어회도 뼈를 발라 낸 다음 세로로 썬다. 마치 이시가리를 써는 것처럼. 충무상회의 별미인 잡어회가 이날은 없다고 하여 세꼬시 2인 주문. 광어로 만든 세꼬시는 처음 만났다. 뼈나 가시는 씹히지 않는다. 광어 필레를 떠 잘게 썰어 내온 것이다. 회는 신선하고 먹기 편하고 맛나나 웬지 뭐가 빠진 느낌이다. 게다가 광어라 가성비가 별로인 느낌은 어쩔 수 없다. 남해안에 가야 맛 볼 수 있는 고급 안주 말린 대구찜을 주문. 꼬릿하게 말린 대구에 굵은 고춧가루를 뿌려 식욕을 돋구었다. 꾸덕하게 말린 정도를 약간 지나 좀 단단한 생선살의 식감. 그런대로 와인 안주로 좋았는데, 말린 정도를 셋으로 구분하여 다양한 반건조 생선의 맛을 내는 다동 충무집의 말린 대구포에 비하면 이것도 뭐가 약간 부족해 보였다. 하지만 이집의 기본 찬은 정갈하고 맛있기로 유명하다. 소담한 흰 자기에 담은 찬들. 특히 이 날 먹은 무나물은 최고였다. 무를 채 썰어 삶아 그 국물에 간을 맞춰 나오는 디아스타제. 이보다 더 담백하고 우아한 찬이 있을까? 먹는 속도에 따라 추가로 찬을 하나씩 가져다 주는 속도 또한 마음에 든다. 굴무침과 호래기 꼴뚜기, 전갱이무우조림, 부추전 하나씩 맛보고 마지막에 생선을 넣고 끓인 미역국이 구수하게 참 좋았다. 모든 찬이 꼭 필요한 간을 잘 맞춘, 과한 양념이 없는 절제된 조리였다. 충무 통영식이라기 보다는 아마도 압구정식이라 하는게 더 어울릴 듯 하다. 붕어빵에 붕어 없듯, 이젠 세꼬시에 뼈가 없다. 잘게 썰기만 있을 뿐이다.
충무상회
서울 강남구 언주로167길 38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