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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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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압구정역에서 만난 속초 앞바다. 나는 폭탄주를 싫어한다. 맥주는맥주대로, 소주는 소주대로 고유의 맛과 향이 있는데 이걸 섞으면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 맛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섞으면 마시는 목적이 달라진다. 폭탄주는 맛을 음미하기 보다는 취하는 게 목적이 된다. 비빔밥도 비슷하여 썩 좋아하지는 않는데, 여러 재료를 넣고 양념이 센 고추장으로 비비면 아무리 신선하고 맛난 재료가 들어가도 모두 고추장맛 밖에 나지 않는다. 과한 참기름이나 간장으로 비벼도 마찬가지. 물회도 똑같은 음식이다. 배위에서 팔지 못하는 잡어들을 썰어 넣고 고추장이나 된장 풀고 물을 넣어 들이 마시던 물회. 배위에서 허기를 달래기 위하던 음식. 이젠 귀한 대접을 받는다. 여러 가지 신선한 해물을 보기 좋게 올려 놓고 얼음과 고추장가미된 사골육수에 빠뜨려 녹인 후 뒤범벅을 만들어 먹으니 재료의 맛들을 제대로 알 길이 없다. 다 시원한 고추장 빙수 맛이다. 무슨 생선회를 넣었는지 관심도 없고 묻는 사람도 없다. 뭔가 씹히기만 하면 된다. 이 집에서 무슨 회를 넣었는지 바로 대답하는 서버를 처음 만났다. 역시 압구정인가. 점성어. 다른 생선은 없이 한 종류. 얇게 세꼬시 처럼 다진 회를 넣었다. 점성어 물회는 처음 만났다. 해전물회니 해삼 전복 썰어 넣고 청어알 올렸다. 따로따로 집어 먹고 웬만한 건더기 다 건져 먹으면 국수를 국물에 만다. 바다의 비빔밥인 셈이다. 찬으로 나오는 오징어밥식해는 밥에 올려 먹으면 좋다. 밥과 식해를 구운 김에 싸먹으면 더 좋은데 아쉽게도 김은 준비가 안되어 있다. 속초식당인데 메뉴에 가자미식해가 없는게 흠이다. 과메기는 너무 가늘게 찢어 볼품이 없다. 섭국은 푸근하고 뜨끈하게 식사로 제격이다. 겨울엔 여러 가지 해물이 맛나는 철. 이 식당엔 메뉴가 꽤 많다. 속초 앞바다를 이 유명한 물횟집으로 압구정에서 만날 수 있다.

청초수 물회 섭국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28길 24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