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내 입맛을 사로잡아온 스시효 안국 헤드쉐프 지금처럼 스시야가 많지 않던 시절 광화문에서 제대로 된 스시를 맛볼 수 있던 스시효. 아리아께 출신 답게 일대의 식객들을 사로 잡았었다. 최근 청담동에 자기 업장을 내었다. 몇 년만의 해후인가. 그의 스시는 크다. 네타가 최소한 7cm은 된다. 스시가 콩알만하게 작아지는 추세에 꿋꿋한 그의 고집이 좋다. 광화문에 있을 때보다 숙성은 짧게 하는 것 같아도 그의 네타는 샤리를 포근히 감싼다. 마치 실크이불을 덮은 듯. 그의 샤리는 단단하지 않지만 풀림이 좋고, 찰기가 있지만 끈적이지는 않는다. 너무 오랜만에 만나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쌀도 초도 다 바꾼 듯하다. 그의 스시는 기본에 충실하다. 가장 큰 변화는 네타의 다양성이 줄어들었다. 안국에서는 다른 곳에서는 맛 볼 수 없는 귀한 네타들을, 새로운 피스들을 기억했다가 내 주었다. 유명한 호타루이까, 마나가츠오 등등. 이승현 쉐프 이외에 마나가츠오(병어)스시를 먹어 본 스시야는 없다. 아무래도 혼자 이끌어야 하는 업장이니 네타에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의 스시는 소금만을 쓰는 피스가 많다. 생선의 단맛을 한 층 끌어낸다. 오도로에도, 겹쥐기한 엔가와 아부리에도, 아나고에도 소금 만 몇 알 올린다. 모시오. 츠마미는 꼭 두 점씩 큼직하게 올려 준다. 내 식성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히라메는 살 쪽으로 갈수록 얇게, 히까리모노는 균일한 두께로 썬다. 맛있는 와사비 듬뿍 올려 기름진 네타를 상대한다. 큼직한 꿀에 절인 우메보시, 아삭하고 단단한 도비김도 맛있다. 재료 욕심 많은 고수가 스페인산 참치와 고성산 우니를 쓰는 것은 좀 마음이 아프다. 매일유업 스시효 시절을 아는 식객들은 더욱 그 시절이 그립다. 자기 스타일을 고수하며 많은 팬덤을 가진 이쉐프의 자기 업장이 더욱 번창하기를 소망한다.
스시 기요이
서울 강남구 언주로152길 15-6 3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