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메설탕과 카에시소스로 맛을 내는 간사이식 스키야키 무쇠로 된 두꺼운 후라이팬을 달구고 쇠기름을 바른 다음 마블링이 좋은 채끝쪽 아랫등심을 접어 올리고, 크리스탈 같이 투명한 흰색 굵은 설탕을 뿌린다. 그에 더해 간장에 미림, 설탕 등을 넣고 오랫동안 숙성한 자가제조 카에시 소스를 뿌린다. 고기를 뒤적여 가며 익혀 오골계란을 푼 완에 푹찍어 입에 넣는다. 자라메설탕은 카스테라 밑바닥의 씹히는 설탕 같은 느낌도 없고, 달다는 느낌도 거의 없다. 간장 간도 약하게 느낄 정도. 인식하지 못하는 게 가장 맛있는 것이라던가. 오묘한 양념이다. 실곤약을 익혀 부들부들한 국수처럼 맛본다. 살치쪽의 윗등심도 같은 방법으로 익혀 이번엔 트러플을 듬뿍 넣은 계란에 찍어 먹는다. 배추, 표고, 두부 등이 잇달아 구워 나온다. 국물은 거의 없다. 와리시타를 넣지 않는 간사이식 스키야키집 청담의 키겐이 판교에 분점을 냈다. 같은 코스요리지만 판교에는 오즈꾸리, 사시미가 생략되어 있고, 핫슨이 보다 더 간결해 가격도 청담에 비해 조금 낮다. 차라리 청담과 구성도 가격도 같게 하면 좋을텐데. 음식의 구성, 수요와 비지니스 또 다른 문제다. 아보카도에 올린 게살, 연어알, 가츠오. 삼치와 연근으로 만든 완자의 오완. 로스비프, 방어타다키, 토란, 찐전복, 과일 등의 핫슨. 코스의 가이세키가 좀 빈약하고 캐쥬얼 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카레로 볶은 닭고기를 올려 비벼먹는 마제소바는 일품이다. 소바 면의 두께, 촉감, 그리고 향과 맛 최고다. 소바도 청담에서 온다고. 이 날은 제자가 함께 맛보자고 가져온 수퍼터스칸, 별이 그려진 사시카이아가 제일 빛나는 저녁이었다. 서버가 와인을 잘 알고 좋아하는 것 같던데, 사시카이아 한 모금 같이 나누자고 할껄. 이제야 생각이 나네. 아! 나는 아직도 멀었다. 언제야 사람이 되려나.
키겐
경기 성남시 분당구 동판교로177번길 25 아브뉴프랑 판교점 지하1층 B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