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보다 더 제주스러운 식당 고등어가 조금이라도 비리면, 아주 조금이라도 비리면 상한 것입니다. 쉐프가 첫 접시 고등어회를 내려 놓으며 하는 말. 그의 말대로 비린 내음 조차도 찾을 수 없는. 두툼한 고등어회. 어찌나 볼륨이 좋은지 한 점만 입에 넣어도 입에 꽉찬다. 첫점은 양념장에, 둘째는 미나리무침과 함께 먹기를 권한다. 요리 나오기 전 내는 네 가지 찬이 정갈하고 맛있다. 지진 두부, 고추무침, 애호박새송이볶음, 가지볶음. 오랜 내공을 한 입에 알 수 있는 반찬들. 이 찬들은 좀 서초스럽다. 둘째 요리는 산낙지. 대가리는 없다. 세발낙지 다리를 탕탕이처럼 다지지 않고 성냥개비 정도 길이로 잘라 쪽파, 마늘다짐, 깨와 들기름으로 양념한 낙지회. 간장에 살짝 찍어도 좋다. 요런 사이즈가 먹기 제일 좋다. 초장이 없는 것도 매우 제주스럽다. 제주는 고추를 먹기 시작한 게 얼마 안된다. 하여 물회도 다 된장으로 만들지 않던가. 셋째 요리가 시그니쳐. 통갈치구이. 오륙십 센티미터는 족히 되 보이는 갈치 한 쪽씩. 머리와 내장, 꼬리 다 떼고 가시 다 발라, 소금간만 해서 구워 나온다. 간이 딱 맞다. 기름에 지지거나 직화에 굽는 건 아닌 것 같고 오븐에 통으로 구운 듯 껍질이 깨끗하다. 쉐프가 직접 갈치를 접어 한 입에 먹기를 권한다. 제주의 통갈치 꽤 먹어 봤지만 이런 스타일은 처음. 모두의 two thumbs up을 받았다. 놀라운건 가운데 흰살만 있는게 아니라 맛있는 가시쪽 붉은 살도 그대로 붙어있다. 등과 배쪽 잔가시를 어떻게 발라내고 똑같은 너비로 오로시를 뜰까. 매우 궁금하다. 넷째 돔베고기가 빠질 수 없다. 굵은 통마늘 익혀 곁들였고, 젓갈을 거의 쓰지 않은 숨죽지 않은 배추김치, 그리고 자리젓. 자리젓 참 감칠맛난다. 참 맛난 조합이다. 블루 순삭 한라산 등장. 다섯째. 고등어조림. 큰 고등어의 꼬리쪽 살을 삼각형으로 발라 익히고 된장과 김치, 감자, 양파, 대파 등을 넣고 조렸다. 희안하게 이 집 요리들은 다 밥도둑인데 밥생각이 나지 않게 간을 조절했다. 대신 술생각만 나게 한다. 마지막은 몸국. 껄쭉한 몸국. 약간 묽은 죽같은데 간도 맞고 식사로 손색이 없다. 전체적으로 좋은 재료의 맛 그대로를 잘 살린 요리들이라 제주 성산포의 앞바다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비행기 타고 제주에 갈 필요가 없다. 교대역으로 가면 된다. 홀릭들의 귀한 정보로 제자들과의 송년회가 맛있게 빛났다. 이 맛에 망플한다.
제주 성산포 바당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26길 70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