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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창
추천해요
2년

해방촌의 보물 같은 스테이크 하우스 녹사평역에서 해방촌으로 오르는 길가에 아기자기한 식당과 펍, 가게들이 차가운 겨울의 초저녁 별들처럼 나란히 빛난다. 신흥로. 여기에 파스타 이름을 상호로 내 건 스테이크 집이 있다. 노출 콘크리트벽과 천장을 그대로 두고 청록색을 주된 색으로 오픈 주방을 분리했다. 테이블마다 노란 전등을 높이 매달고 자그마한 캔들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흔들리는 촛불은 테이블마다 마주 앉은 연인들의 눈동자 속에서 더욱 일렁였다. 아재 셋이 모인 우리 테이블만 제외하고. 치킨샐러드. 지구본 반을 자른 듯한 크기의 나무로 된 볼 안에 신선한 야채들이 닭가슴살과 함께 가득 담겨 나온다. 드레싱이 독특하다. 듬뿍 넣은 할라피뇨 드레싱은 전채로도 맛있지만 반 쯤 남겨 놓았다가 스테이크와 함께 곁들이면 더욱 좋다. 허니할라피뇨로 달콤매콤하고, 크루통으로 아삭한 샐러드. 양이 많아 셋 이상 가야 맛볼 수 있을 듯하다. 꼭 일부를 남겨 놓았다가 스테이크와 함께하는 것이 요령이다. 울프스테이크는 등심 270g. 섬띵스페셜 스테이크는 600g 티본이 준비 된 날. 모두 미디엄 래어로 익힘을 주문했다. USDA 미국산 쇠고기가 팬에서 잘 구워 나온다. 주문대로 익힘이 완벽하다. 울프는 27,000원. 티본은 정말 크다. 두께는 아주 약간 얇으나 웬만한 스테이크 하우스의 티본이나 포터하우스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익힘,시어링, 염도. 좋다. 스테이크 소스나 겨자를 바르지 않아도 맛있다. 바닥에 깐 매쉬는 곱게 갈아 다소 묽다. 47,000원. 놀랍지 않은가. 여기서 이 something special steak 를 먹지 않은 것은 식객의 직무유기라 느낄 정도다. 그래서 셋 이상이 가야 좋다. 유명한 할머니 라구 파스타. 뭉근히 오래 끓여 고기결과 녹고 있는 야채가 느껴지는 라구. 여러 허브도 충분히 넣어 풍미도 좋다. 소스의 양이 좀 과하다. 파스타는 스파게티면이고 다소 표면이 거칠어 식감을 해친다. 요게 흠이다. 딸리아텔레나 페투치니였으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17,000원. 하지만 다 용서가 된다. 셋이 고기 두 접시와 파스타 먹고도 파스타 한 접시 추가. 빈 접시가 두 쉐프를 즐겁게 했음은 물론이다. 와인 코키지는 병당 1만원. 병수에 제한이 없다. 티본 47, 파스타 17, 스테이크 27. 게다가 울프나 썸스 스테이크 시키면 하우스 와인 아르헨티나 카쇼를 한 잔씩 준다. 나는 이 집으로 인하여 해방촌을 사랑하게 되었다. 여긴 이태원이 아니라 이태리인 듯하다. 아니 steak lovers, wine lovers 들의 heaven 이다. 할머니가 아닌, 젊은 두 쉐프에게 음식을 여러번 칭찬했다. 즐거운 식사를 마치고 멋진 스테이크 그림이 올려져 있는 입구 계산대로 나오면서 질문했다. 어떻게 이 가격이 가능한가요? 쉐프의 답. ‘그래서 곧 올리려고 해요’ ㅎ

라구

서울 용산구 신흥로 42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