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나영의 겨울 메뉴 오너 쉐프의 작은 레스토랑. 화려한 장식적 요소를 최대한 억제한 단아하고 기품있는 이태리 요리를 낸다. 쉐프를 닮은 요리. 단골의 식성과 취향을 어느 정도 파악했으므로 일 주 전 쯤 코스 메뉴를 구성해 미리 추천하고 식객들이 기호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 Personalized menu. 한 테이블 만을 위한 특별한 메뉴. 방울토마토 쿨리. 낮은 온도에서 서서히 착즙한 스프. 리코타 치즈를 더 크리미하게 만들어 가운데 놓고 바질을 올렸다. 이태리 국기 색깔이 떠오른다. 감미와 산미 그리고 부드러운 온도감. 감자와 펜넬로 풍부한 거품을 내고 주사위 크기의 익힌 문어 다리, 감자 그리고 샐러리를 놓았다. 쿨리보다는 조금 더 높은 온도감. 문어, 감자,샐러리의 대조적 식감. 겨울 제철 굴을 익혀 두른 스파게티. 뜨겁게 내어 좋다. 그라나 파다노를 참 잘 쓴다. 뜨거운 면에 치즈가 녹아 잘 입혀져 감칠맛을 낸다. 면과 간 고기를 층층이 쌓아 구워 낸 미니 라쟈냐. 흐물흐물거림은 전혀 없는 각 진 케이크 모양의 라자냐. 치즈와 고기, 파스타면 각각의 맛을 잘 살린 엘레나영 만의 라자냐. 이 메뉴에 매료되다. 메인은 빠깔라우. 스페인산 염장 대구를 들여 와 소금기를 씻어내고 천천히 익혀 시금치와 건포도 위에 올려 낸다. 쫄깃하고 탱글한 흰 대구 속살. 깨끗한 눈을 겹겹이 쌓아 놓은 듯한 모양. 손대면 껍질이 빵하고 터져 속살이 튀어 나올 듯한 긴장감. 전혀 짜지 않고, 염장대구인데도 반건조 생선보다 더한 우마미. 대구의 살맛은 정말 깔끔하다. 최고의 빠깔라우 요리. 이 접시만 먹어도 올 겨울을 다 먹은 것이다. 쵸컬릿을 가운데 품은 케잌과 딸기. 케익을 열면 뜨거운 초콜릿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행복하고 맛있는 시간이 초콜릿 처럼 진하게 흐른다. 이걸 딸기에 뭍혀 달콤한 식사를 마무리 한다. 79,000 단골들이 먹은 식사 종류는 물론 각각에 대한 반응도 기억, 기록했다가 다음 식사 메뉴 짤 때 참고해서 추천하는 마음씀씀이와 꼼꼼함, 세밀함. 그래서 집밥. 엄마가 해 주는 밥 같이 느껴진다. 그래서 매번 와인보다 감동을 훨씬 많이 먹고 간다. 그래서 내 마음을 얻었다.
엘레나영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99길 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