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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창
별로예요
2년

마음이 매우 무거운 리뷰 젊을 때 한 인물했던 여배우의 주름진 얼굴을 보는 것, 왕년에 high C를 뿜어내던 테너의 전성기 지난 연주를 듣는 것, 손님이 들끓던 식당의 시들어가는 메뉴판을 들여다 보는 것, 모두 매우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넓은 식당은 고요했다. 다찌에는 한 팀도 없었고 내 팀 포함 룸 딱 두 팀이 영업이 끝날 때까지 전부였다. 유난히 그런 날이리라 애써 위안을 해 본다. 메뉴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이자카야의 생명, 다양한 메뉴. 선택과 집중을 했으리라 애써 위안을 해 본다. 오토시. 작은 새우깡과 생선을 잘게 잘라 익혀 튀긴 것. 맥주 한 잔 씩 들이켰다. 다이어트한 청어이소베마끼 그런대로 무난했다. 사시미모리아와세가 구성과 퀄리티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비린내나는 전복은 처음 먹었다. 특히 와사비. 와사비를 보면 그 집의 수준을 대번 알 수 있다. 로만테이에서 이런 와사비를 낸다? 심각하다는 사인이다. 금태구이가 결정적. 마라소스밖에는 고를 수 없었는데 첫 젓가락으로 살을 뜨자 뼈 근처 속에는 생선살이 익지 않은 분홍색. OMG. 물려서 다시 익혀 오라고 했더니 마라소스가 확 줄어들어 나왔다. 아 이 무슨 변고인고. 내가 식당을 정했는데 얼굴이 뜨거웠다. 그래도 묵묵히 맛있다 먹어 준 동료들이 고마웠다. 그래 얼마나 어렵겠나. 마음이 좋지 않았다. 매출이라도 올려 주려고 여러 주문을 했다. 꼼장어 와라야끼. 짚불향 냄새가 전혀 안나는 말끔한. 질척질척한 샤리에 고등어를 잘 자르지도 않은 밧데라. 튀김옷 두꺼운 난고츠 가라아게. 소꼬리스지였다가 바뀐 사태스지찜. 그래도 눈 질끈 감고 맛있게 먹었다. 사장이 고마웠는지 삼배체 굴을 서비스로 내 왔다. 폰즈소스젤리를 얹어서. 그제서 생각이 났다. 식당에 들어섰을 때 예약했다고 하니 이름도 물어보지 않고 바로 룸으로 안내했던 것. 보통하는 당일 예약 컨펌 전화가 없었던 것. 예약전화에 위스키 코키지 얼마냐고 물었을 때 식당 사케 한 병 주문하면 코키지없이 드실 수 있다고 했던 것. 잘나가는 압구정식당에선 매우 드문일이다. 예약 확정 카톡에는 주류반입금지로 되어 있던 것. 퍼즐이 맞춰졌다. 손님이 별로 없구나. 코로나 때문이라고 애써 위안을 해 본다. 이 리뷰가 식당 운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걱정이 크지만, 솔직한 리뷰가 식객의 의무이므로 모두에게 득이 되기를 바라며 무거운 마음으로 리뷰를 올린다. 식당이 다시금 활발하게 운영되어 이전의 메뉴를 다 회복하기를 소망한다. 첨언. 맛집 리뷰에도 유통기한이 있을까? 오래전 리뷰가 많고, 이름난 식당이라도 최근 리뷰가 뜸 한 식당, 최근 망플러들의 리뷰가 없는 식당은 다시 한 번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로만테이

서울 강남구 선릉로155길 29 신우빌딩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