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막걸리 식당 흔히 접할 수 있는 재료의 다양한 조합으로 새로운 미각을 창조하는 일은 끝이 없다. 조합은 재료의 선택, 익힘의 방식 뿐 아니라 표현의 방법 등을 더하여 식객들에게 무궁무진한 새로움과 즐거움을 준다. 막걸리를 상호에 넣었지만 대표적인 우리나라 술을 갖추고, 이에 어울리는 한입 거리와 안주 그리고 식사를 낸다. 우리나라 술을 막걸리, 청주, 소주의 큰 장르로 나누고 각 장르에서의 구별점에 따라 좌표를 주어 각 술의 특징을 위치해 놓았다. 세심한 배려다. 아무즈 부슈 같은 한입거리, 혹은 타파스 같은 핑거푸드의 개념을 차용해 한 점씩 판매하는 것도 낯설지 않다. 케일잎으로 싼 익힌 송고버섯을 솔잎으로 훈연하여 내는 첫 점이 참 인상적이다. 통영굴을 김치 넣고 약간 삭혀, 그 위에 키위얼음과 탄산캔디 조각을 흩뿌린 핑거푸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질감의 조합. 재료의 신맛을 끌어내어 식욕을 극대화 하는 기폭제. 기발한 시도다. 돼지갈비를 익혀 살을 발라내고 열무김치를 다져 방아잎을 올린 다음 밀전병에 싸먹는 한입거리는 소프트 타코를 그대로 닮았다. 우리나라의 맛을 다른 나라의 형식으로 담아냈다. 본격적인 식사에 앞선 요리들은 막걸리 중에서도 산미가 좋은 꽃잠이 제격인데 탄산감도 있어 마치 샴페인을 유감하는 듯했다. 참치회무침. 관자와 참치뱃살을 깍둑 썰고, 미나리와 자몽을 섞어 유자 고추장소스로 무쳐 날김에 싸 먹는 쌈요리가 첫 안주. 상추줄기절임과 숙주를 흑초로 버무린 위에 설깃살을 채썰어 부추캐슈넛소스로 버무린 육회. 아삭거리는 궁채와 쫄깃한 육회의 식감이 재미있게 어우러진 미들필더. 육회 속에서 조리기구에서 빠진 듯한 큰 나사가 나와 이 날의 유일한 흠이 된 사건. 미슐랭 식당에서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홀매니저의 거듭된 사과와 진심의 보상을 하려는 태도에 잘 수습되었지만. 아쉬운 부분이었다. 돼지고기와 버섯소를 한치 속에 순대처럼 채우고 먹물 초간장 소스를 일필휘지 하듯 희고 둥그런 접시 위에 발라 놓고 갈색버터 가루를 스프링클 한 한치 순대. 순대가 아니라 한 폭의 수묵화. 된장으로 염지한 삼겹살을 익혀, 쌈장과 곰취짱아찌 그리고 명태식해와 함께 먹는 통삼겹. 다양한 컨디먼츠를 세심하게 고른 흔적. 한점 한 점을 지겹지 않고 새롭게 먹을 수 있는 다양함. 버섯메밀면이 압권. 순메밀로 면을 칼국수 처럼 두껍게 뽑아 능이, 표고, 느타리버섯과 표고버섯소스와 들기름으로 버무린 수작. 순메밀인데도 탱탱한 국수발을 잘 살려냈다. 솥밥도 꼭 맛봐야 할 식사. 쌀알이 제일 긴 신동진쌀을 사용해 소고기, 우엉, 대추 그리고 버터를 넣어 고소한 맛을 살린 솥밥. 명란, 호박, 두부를 멸치육수에 넣어 끓인 국도 일품이다. 쉐프의 한식의 내공을 알 수 있는 메인이다. 배추, 풋마늘잎, 양파로 담은 김치는 한 수저라도 같은 맛을 느끼지 않도록 하려는 쉐프의 고집이 느껴진다. 섬초, 쑥나물, 취나물 직접 무친 나물의 조합. 수란을 얹은 대파육수로 졸인 장조림은 밥 반찬으로도 예산 사과로 만든 40도 소주 추사의 안주로도 제격인 요리가 된다. 근래에 우리나라 음식과 술을 내는 식당들을 여러 곳 가 보았는데 음식의 완성도, 맛, 주류와의 조합, 식기, 식당의 분위기 등 모든 면에서 단연 제일 돋보였다. 간장소스를 묻혀 먹는 마시멜로처럼 생긴 따끈한 가래떡구이가 모두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 미슐랭 받을 만하다.
한국술집 안씨막걸리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 3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