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함 속의 다양함, 다양함 속의 단순함. 스시. 한 그릇에 모아 놓아면 알록달록 보기에 좋고, 한 알 씩 순서대로 놓으면 하나 하나 음미하기에 좋다. 동시에 공간배열하면 그림에 가깝고, 하나씩 시간배열하면 음악에 가깝다. 쉐프가 식사 시작부터 끝까지 나와 대면하며 대화할 수 있는 교감의 방식이요, 더욱이 정성스레 만드는 과정도 쇼처럼 볼 수 있고, 한 점 한 점 손으로 만들어 입에 넣어 주다시피 하는 방식이니 식객의 입장에선 여러 가지로 즐길 수 있는 대단히 매력적인 식사의 방식이다. 엄마 이외에 누가 이렇게 해 주나. 엄마도 이렇게 해 주지는 않는다. 차완무시 돌가자미 잿방어 뱃살과 가맛살 뱅에돔 스나즈리 대게와 북해도산 성게소 찐전복과 캐나다산 성게소 스이모노 붉바리 스시 줄전갱이 스시 훈연한 광어지느러미살 스시 아까미즈께 스시 마두부 주도로 스시 흰새우 스시 아까다시 고아지 스시 단새우성게소 스시 금태대게 김말이 피조개 스시 보리멸 튀김 밧데라 고하다 스시 장어박고지 김말이 우나기동과 표고장국 매실절임오이시소말이 멜론과 말차 저녁의 구성과 거의 다르지 않은 점심의 구성. 연말까지 시한부식당이라 단골은 더 애틋하다. 하긴 누구나 다 시한부 인생이니 사랑과 애정은 표현하며 살아도 짧다. 엄마처럼 밥 주는 구쉐프의 내년 행보를 고대한다.
구상 노 사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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