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프와의 약속 나는 쉐프를 평생 따라 다니기로 했고, 쉐프는 나에게 평생 밥을 만들어 주기로 오래전부터 약속했었다. 무라타로 부터 시작해 구상노사카바에 이르기까지 근 이십년 동안 둘 다 이 약속을 성실히 지켜 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구상노사카바는 구 겐지에서 개편하여 이제 한참 알려지기 시작할 때, 호텔이 닫게 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다시는 그 바에서 보이는 고즈넉한 사계절의 풍광... 더보기
My endless love! 호텔의 영업종료로 곧 문을 닫는 밀레니엄 힐튼의 일식당. 구상노사카바. 오랫동안 정든 단골식당. 해마다 연말에 호텔 로비에 차려 놓은 모형 기차타운의 기차처럼 떠나지 못하고 맴도는 마음. 언제나처럼 모임에 따라, 나와 내 그룹을 위한 구성. 진정한 맡긴차림. 차완무시 붉바리 잿방어 가맛살 전갱이말이 도화새우와 캐비어 삼배체굴과 연어알 도화새우 대가리튀김 찐전복과 트러플페이스트 ... 더보기
#서울역 #구상노사카바(폐업) #오마카세 * 한줄평 : 구상노사카바와 구민술 쉐프의 부활을 고대하며 1.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던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이 지은 남산 기슭의 밀레니엄 힐튼 호텔이 2022년 12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이와 더불어 힐튼호텔의 일식부를 담당하던 <구상노사카바> 역시 11월 5일경 문을 닫을 예정이다. 2. 구상노사카바는 이 업장을 이끄는 <구민술 헤드쉐프>의 성을 따 ‘구씨의 술집... 더보기
가을이 왔네 한두 가지 생선회를 푸짐하게 즐기는 것도 좋지만 아무리 맛난 생선이라도 서너점 먹으면 한계효용이 체감되기 마련이다. 다양하고 맛난 해물을 한 점씩, 이삼십여 가지를 한 끼에 맛 볼 수 있는 스시야의 맡긴차림은 호사요 호강이다. 그저 쉐프들의 수고에 감사할 따름이다. 옛날 왕들보다 훨씬 잘 먹는 요즈음 시절이다. 그러지 않아도 입맛이 도는 가을에, 제철 해물로 구성한 구쉐프의 맡긴 차림. 푸짐한 츠마미와 맛깔 ... 더보기
한 여름 밤의 세레나데 단골 오마카세 쉐프는 가깝다. 내 식성, 주량은 물론 성격까지 안다. 그래서 친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내가 모셔 오는 손님들에 따라, 그리고 모임의 분위기에 따라 적절하게 순발력있게 대응한다. 오샤베리의 기술이다. 음식으로만 말하지만, 음식이 전면에 나설 때와, 뒤로 물러날 때, 대화와 설명의 타이밍을 소스처럼 절묘하게 잘도 섞는다. 태풍이 지나간 여름은 더웠다. 쉐프의 등 넘어 우거진 녹음은... 더보기
미식가의 20년을 책임져온 구씨의 술집. — 식도락의 매력 중 하나는 음식을 매개로 한 사람들과의 연결이다. 재작년부터였나, 20대 유저가 주인 맛집앱에 한 노신사분이 글을 쓰기 시작하셨는데, 트렌디한 식당까지 섭렵하시고 기품있는 표현으로 감상을 풀어내시는 걸 보면서 늘 감탄해 마지 않았다. 어느날 그 분이 애정하는 식당이 곧 사라진다는 아쉬움 그득한 글을 올리셨고, 나도 모르게 ‘그 전에 그곳에서 한번 뵙고 싶습니다.’라는 메... 더보기
단순함 속의 다양함, 다양함 속의 단순함. 스시. 한 그릇에 모아 놓아면 알록달록 보기에 좋고, 한 알 씩 순서대로 놓으면 하나 하나 음미하기에 좋다. 동시에 공간배열하면 그림에 가깝고, 하나씩 시간배열하면 음악에 가깝다. 쉐프가 식사 시작부터 끝까지 나와 대면하며 대화할 수 있는 교감의 방식이요, 더욱이 정성스레 만드는 과정도 쇼처럼 볼 수 있고, 한 점 한 점 손으로 만들어 입에 넣어 주다시피 하는 방식이니 식객의 입장에선 ... 더보기
Goo’s another impromptu of spring. 같은 횟감도 숙성에 따라, 써는 방법에 따라, 곁들이는 양념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낸다. 줄가자미를 투명하게 보일 정도로 얇게 저며, 마치 폭이 넓은 국수 더미를 만들어 낸다. 부드럽고 쫄깃한 상반된 식감을 동시에 느끼게 해 준다. 이시가리를 두껍게 썰 때와, 세로로 길게 썰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생선 같다. 제주산 닭새우. 카나다산 바닷가재만큼 크다. 독도 근해에서 ... 더보기
카덴짜와 엥프롱튀 협주곡에서 연주자의 기교를 발휘하기 위한 화려하고 즉흥적인 독주 부분을 카덴짜라 한다. 작곡자가 정한 주제와 소재에 따르면서도 주자가 즉흥적으로 연주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엥프롱튀, 임프롬튜, 즉흥곡은 곡 전체가 즉흥적 악상을 잡아 꾸미는 기악곡이다. 일반적인 스시코스는 대체로 전체의 구성의 전형이 있고, 시장 상황에 따라, 혹은 계절에 따라 몇 피스를 쉐프가 자유롭게 구성에 넣어 변화를 줄 수 있다. 스시코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