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에서 열기
최은창
추천해요
3년

포슬하고 도톰한 아나고 구이 장어구이하면 보통 민물장어구이를 칭할 정도로 보편적이지만 이 장어구이 식당에서는 바다장어인 붕장어, 아나고를 구워 판다. 통영산이 주로 올라오지만 수급에 따라 다양한 산지의 품질 좋은 장어를 구매해, 이날은 소흑산도산이 상 위에 올랐다. 손질한 장어를 통으로 숯불에 올려 소금 뿌려 굽다가, 가위로 적당한 크기로 잘라 뒤집어가며 노릇노릇 한 입 크기로 잘 구워, 보온불판에 놓아 준다. 타래 소스, 후추와 마늘다짐 넣은 기름장이 컨디먼츠. 타래는 들척지근하고 민물장어 양념으로 식상하니 생강채나 갈치속젓 그리고 깻잎에 손이 더 간다. 묵은지와 부추무침도 기름진 장어와 잘 어울린다. 가지런히 구워, 검은 깨 뿌린 더덕구이도 장어의 좋은 컨디먼츠가 된다. 잘 익은 따끈한 장어는 껍질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손질을 잘 해 가시도 식감을 방해하지 않는다. 눈덩이 같은 흰살은 담백하고 부드럽게 마시멜로 구이처럼 입 안에서 뜨겁게 스르르 녹아 없어진다. 이보다 더 부드러운 구이요리가 있을까. 맛있다. 그리고 와인 한 모금. 스시오마카세의 마지막 스시가 대체로 아나고인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깨뿌린 흰 밥 한 공기가 장어 먹기 전에 먼저 나오는데, 이것도 갈치속젓과 생강채 올려 깻잎으로 싸 먹으면 훌륭한 애피타이저가 된다. 우설은 얇아 후르륵 구워 간장소스나 와사비, 마늘다짐과 같이 먹는다. 잘 익은 우설 한 점으로 깨밥을 싸서 스테이크 스시처럼 만들어 먹어도 좋다. 묵은지말이국수. 한 그릇 시켜 셋이 나눠도, 장어 먹고 난 다음엔 충분한 식사거리가 된다. 민물장어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부담없는 바다장어구이. 찔깃하고 들큰한 민물장어에 식상했다면 아나고 구이 추천할 만하다. 다가오는 여름철 복달임으로도 좋다. 방은 딱 하나. 미리 예약 필수. 와인도 잘 갖춰져 있고 코키지도 좋다. 와인 1만/병. 일차 하고 바로 옆에 붙은 양재천을 같이 걸어도 좋고, 이차로 천변의 맥주집을 찾아도 좋은, 인기 많은 바다장어구이집이다.

두어마리

서울 서초구 양재천로23길 6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