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장어 데침으로 나는 여름 제철 해산물을 갖추고 계절마다 다른 남도의 맛을 내는 식당. 여름엔 임자도 민어, 신안 병어, 여수 하모가 제철이다. 갯장어를 손질해 데쳐 바로 먹는 하모 샤브샤브는 여름 여수의 별미 중의 별미. 잔가시가 많아 가시를 잘게 끊기 위해 칼집을 촘촘히 넣으니 끓는 육수 속에 담그면 흰 꽃이 활짝 피는 것처럼 갯장어토막이 둥그렇게 모양을 잡는다. 레몬 넣은 묽은 간장소스 살짝 찍어 한 점. 데쳐서 향을 살짝 뺀 깻잎을 깔고 그 위에 하모 한 점, 집된장 바른 적양파 한조각을 데친 부추와 함께 싸서 먹으면 이 희고 폭신한 살맛으로 무더운 여름을 난다. 하모 데침을 다 먹으면 장어가 우러난 육수를 한 사발 따라서 천천히 후후 불어 그 뽀얗고 고소한 국물을 마신다. 푹 고면 다 보약. 남은 국물에 죽을 쒀 묵은 지와 함께 먹는다. 여수 경도가 다른 곳에 있지 않다. 덕자 조림 대자는 참 실하다. 거의 손바닥 만한 덕자 토막을 두 토막씩 네 명에게 돌려도 남는다. 잘 조린 감자와 무우, 조린 국물에 적셔 희고 부드러운 병어 살점과 함께 입 속에 넣는다. 생선살이 부드럽기로야 병어, 갈치, 장어를 제일로 치지만 이 큰 덕자 살만 하랴. 크리미하다. 역시 큰 생선이 맛있다. 첫 안주로 시킨 갑오징어는 특유의 저작감으로 다른 오징어와 구별된다. 마름모꼴로 잘라 낸 몸통살을 짧은 다리데침 위에 숙회로 올려 미나리 무침을 얹어 먹는다. 기본으로 내오는 찬만 봐도 딱 남도의 상차림. 특별히 초장에 찍어 먹는 해방풍나물이 향기롭다. 취나물도 좋고. 미역냉국도 상큼하게 식욕을 돋운다. 민어 복달임으로 나는 여름도 참 좋지만 갯장어 데침도 여름의 특별하고도 귀한 별미니 여름 다 가기 전에 친구들과 서두를 일이다.
고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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