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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데려가지 않는 식당 의사는 결과로, 판사는 판결문으로, 과학자는 논문으로 얘기한다. 딴 말 필요없다. 식객은 식당으로 얘기하고, 쉐프는 음식으로 얘기한다. 어느 식당에 초대하느냐 매우 중요하다. 어떤 음식을 대접하고 받느냐 관계형성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다. 비단 식객들 뿐아니라 정치에서도 음식은 중요하다. 음식은 의전의 하나이고, 의전 중 제일 큰 부분 중의 하나다. 닭고기를 내냐 아니면 낙타고기를 대접 받는냐는 천지차이 대우. 마음이 음식에 담겨 있다. 누가 동석하느냐, 호스트가 누구냐가 중요함은 물론이다. 대통령의 혼밥은 능멸이다. 여름의 이탈리안. 소담하고 깔끔한 베이지색 콜리플라워 스프. 과한 장식적 요소를 배재한 죽에 가까운 점도의 감칠맛 나는 스프. 빵에 얹어도 빵으로 찍어 먹어도 좋은 스프. 그냥 여름. 여름의 샐러드. 끝물의 초당옥수수. 톡톡 터지는 달디단 노란 알갱이들. 뜨거운 여름 햇볕이 그대로 알알이 녹아 있다. 같은 크기로 썬 자색양파, 노란 파프리카, 주황색, 붉은 파프리카, 빨간 방울도마도, 초록색 아보카도. 빨주노초파남보. 알록달록 아름다운 샐러드를 올리브유와 식초, 후추만으로 상큼하게 표현한 여름. 담담하게 느껴지는 기본기가 충실한 이탤리언. 좌중에 번지는 미소. 여름의 대표과일, 새빨간 수박을 깍뚝 썰고 같은 색의 참치 아까미를 같은 사이즈 큐브로 썰어 반반 섞어 원통으로 쌓아 낸 타르타르. 아삭하고 단 수박의 식감이 참치 등살 조각의 저작감과 시원하게 잘 어우러진다. 여름 바다다. 여름의 파스타. 진하고 끈적이는 라구파스타보다 시원한 바다 속을 연상케 하는 뽈뽀, 잘 구운 문어다리 곁들인 파스타. 앤쵸비로 간을 해 버무려, 익힌 마늘다짐을 듬뿍 얹은 스파게티. 이건 왜 이제서야 맛보게 해 준거지? 이 스파케티를 맛본 다음 내가 초대한 식객들은 참지 못하고 쉐프의 명함을 하나씩 집어들었다. 가게 외관만 보고 약간 갸우뚱 했던 걸 후회하며. 표정이 읽힌다. 한우안심스테이크와 와인, 가져간 추사40을 언더락스로 곁들이면 초대는 클라이막스로 내닫는다. 엔딩은 블루베리와 복숭아를 얹은 화이트쵸컬릿무스케잌. 디저트의 달인답다. 진심으로 음식을 즐길 줄 아는 친구들, 모든 것을 겉보기로 평가하지 않는 사람들, 기본을 좋아하고 중히 여기는 동료들만 초대하는 식당. 더 큰 비지니스를 할 수 있어도 작은 식당에 자족하며,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유옥영 쉐프 식당의 철학을 나는 귀하게 여긴다. 그래서 나는 이 식당에 아무나 데려 가지는 않는다. 그렇게 하는게 내 나름의 쉐프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표시이기 때문이다.

엘레나영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99길 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