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에서 열기
최은창
추천해요
2년

소풍 중의 소풍 천상병은 귀천에서 삶을 소풍에 비유했다. 하늘로 돌아가리라. 소풍을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이 집의 이름이 왜 소풍인지는 모른다. 소가 풍성해 소풍일까. 아니면 작은 바람일까. 십수년전 찾았을 때와 별반 다름이 없다. 좁은 식당. 몇 번 맛보고는 반했는데 곧 서촌에도 생겨 서촌 소풍에 단골이 되었다. 꼭 닮은 형제 같은 쉐프가 각각 운영을 한다. 고기도 같이 사입하고 굽는 방식과 메뉴 똑 같다. 두 가지로 이름이 났다. 질 좋은 한우의 선택과 집중. 안심, 채끝등심, 꽃등심. 세 부위가 메인. 집중이다. 그리고 고기를 짜박지로 내지 않고 가장 맛난 부위를 큰 덩어리로 낸다. 특히 큰 덩어리로 내는 안심이 감동. 소 한마리 중 모두가 가장 선호하는 부위. 대요근. 포터하우스의 안심 부위에 버금가는 크기다. 넷이 450gr. 이걸 두께 2mm 쯤 되 보이는 벌집 모양으로 꼰 구리석쇠에 턱하고 올려 놓는다. 참숯이 주황색의 화끈한 복사열로 은근히 굽는다. 앞뒤로 그릴마크가 나면 이걸 서버가 집어다가 쉐프에게 전달하면 그걸 도마에서 적당한 크기로 잘라 다시 불판위로 가져와 구워 먹는다. 고기는 굽는 타이밍이 중요하지만 먹는 타이밍이 더 중요하다. 십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논현이나 서촌이나 똑같은 방식. 채끝등심의 덩어리를 보라. 450gr. 원시인들이 동물을 잡아 불을 피우고 그 위에 고깃덩이를 턱 올려놓은 비쥬얼. 4-5cm 는 족히 되는 두께. 쇼를 보여준다. 유전자 속에 기억된 축제, 육식동물들의 원초적 모습을 식탁 위에 그려 놓는다. 꽃등심이 클라이맥스. 조용필과 이미자는 언제나 맨 마지막에 나온다. 이런 두께의 꽃등심을 본 적이 있는가. 알등심 립아이와 새우살 밖에 없는 그야말로 등심 덩어리 그 자체. 400gr. 등심덧살이 붙은 걸 본 적은 없다. 컨디먼츠나 찬은 부족한 수준이다. 서걱한 알배추고춧가루무침 밖에 없다. 허나 고기를 볼 줄 아는 사람은 이 집의 고깃덩어리가 무얼 의미하는 지 안다. 그리고 가격을 보라. 내 기억이 맞다면 십년 이상 100gr 삼만원대다. 사장님 고기 어디서 와요? 돌아온 답은 전국 각지에서 오는 것 중 좋은 것만 삽니다. 우문현답. 와인은 코키지후리. 하지만 가져와 마시면 이집 와인 한 병 팔아주는게 매너다. 와인은 술이 아니라 음료지만 이 집에서는 술이다. 술술 들어가니까. 퐁테까네도 여전히. 멸치가 든 주먹밥, 국수, 간간한 명란탕의 기억은 언제나 소풍의 삼총사 안심, 채끝, 꽃등심에 묻힌다. 생갈비 조차도. 천상병이 이 쇠고기를 맛보았다면 아마 소풍을 끝내는 날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가서 맛있었다고 말하리라.

소풍

서울 강남구 언주로150길 48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