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한식 맡긴차림과 다양한 우리나라술 학동역 근처 뒷골목의 정취가 있는 식당. 이전에 곰탕을 팔다가 다양한 한식 코스와 우리나라 술을 갖춰 놓고 판다. 재미있는 건 모두 예약 온리 그리고 모두 맡긴차림을 일단 먹어야 하고 그 이후에야 단품을 주문할 수 있는 정책. 그것도 단품은 8시 이후 가능. 쉐프는 코스라는 표현보다 한식 술상이란 정겨운 단어를 썼다. 일인 5만원. (나는 맡김차림 보다 맡긴차림이 더 자연스러운 표현이라 생각한다.) 이날의 구성은 첫 요리가 냉녹차물에 한 숟갈 정도 만 밥. 보통은 코스의 맨 마지막에 나오는 식사가 거꾸로 맨처음에 나온다. 기발하다. 같이 나오는 여름짱아찌 모둠이 별미다. 보리굴비, 참외속, 오이 그리고 청매실 짱아찌. 쉐프의 음식솜씨는 이 절임찬에서 충분히 나타난다. 그래서 첫 요리로 냈을 것이다. 8월 술상의 인트로. 인상적이다. 함께 낸 열무김치와 복숭아 겉절이 또한 훌륭한 안주가 된다. 모둠전. 호박채위에 올린 보리새우전, 부추위에 올린 오징어전, 장떡 위에 올린 돼지고기전. 색감,식감 다양하고 조화롭다. 고갈비. 간장양념된 도톰한 고등어토막. 메뉴의 전어구이대신 올랐다. 조선3대 명주 샘플러. 22,000. 25도 이강주, 32 죽력고, 40 김홍로. 박하같이 화한 맛이 나는 죽력고가 특히 인상에 남는다. 이 샘플러 참 좋네. 다양하게 한 잔 씩 맛볼 수 있어서. 해물모듬. 갑오징어, 문어, 참소라, 전복, 낙지 그리고 병어돔 회. 병어처럼 생겼으나 회맛은 도미에 가깝다. 다양한 연체어패류 모둠이다. 소고깃국. 재첩탕 대신 나왔다. 대신 나오는 게 많다. 하긴 그게 맡긴 차림이긴 하다. 여름보쌈. 고기는 딱 두 점씩. 쌈이 남는다. 간장게장밥. 쉐프가 밥에 노른자를 섞은 후 직접 테이블에서 게장을 짜내어 맛있게 비벼 준다. 정성의 퍼포먼스. 대타 소고깃국과 빈약한 보쌈의 약점을 커버했다. 가져온 스카치가 남아 단품 민어전을 시킬 자격을 얻었다. 청주샘플러도 있고 잔술도 팔고, 다양한 막걸리와 청주가 갖추어져 있어 우리나라 음식과 술을 적절한 가격으로 즐기기에 적당한 식당이다. 손님을 대접하기엔 좀 캐주얼 하고 허물없는 가까운 사이끼리 가서 즐기기 좋다. 지화자 조오오타!
디히랑
서울 강남구 언주로121길 4-3 1층